[함께 읽고픈 책]아름다운 책

책의 쓸모

<아름다운 책>에 사용된 '아름다운'은, 영어로 치면 'good'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beau'를 옮긴 말이다. '좋은 책'이라고 번역해도 될 것을 왜 굳이 '아름다운'이라고 옮긴 것일까? 그렇다면 책과 관련해 '좋은'과 '아름다운'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아름다운 책>은 어린이 책 특유의 단순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주인공 토끼 형제는 그야말로 문득 얻게 된 책을 읽으며 책에 담긴 여러 가지 상상들을 좇는다. 책은 하늘을 나는 토끼, 무시무시한 용을 때려눕히는 토끼, 사자와 여우를 훈련시키는 토끼 등의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먹이사슬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허약한 육체의 소유자인 토끼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내용들인 셈이다. 형은 이 같은 내용에 약간의 거리감을 갖고 있지만 동생은 가까스로 몰입에서 빠져나오는 수준이다. 그들의 대화 한 토막. "빅토르, 꿈을 꾸는 건 좋아. 하지만 책에 나오는 걸 그대로 다 믿으면 안 돼.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지." "에이, 그러면 재미없는데…. 근데, 믿는 척하면서 재미있어하는 건 돼?" "물론! 그건 되지."

그렇게 토끼들은 책을 계속 읽어간다. 그런데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이 형제들에게 위험이 닥쳐온다. 여우가 그들을 덮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자 어쩔 것인가. 책 속에 혹은 책을 통한 꿈은 박살이 났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토끼 형제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읽던 책으로 여우의 머리통을 힘껏 내리치고 여우의 아가리에 책을 쑤셔 넣는 것이다. "봤지, 책은 정말 쓸모 있는 거야."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까. 좋은 책, 아름다운 책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아름다운 책>만 놓고 말한다면, 책은 현실과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을 알지 못한 채 한쪽만을 맹목적으로 좇을 경우 책은 자칫 존재의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책은, 토끼 형제의 절묘한 대화처럼, 믿는 척하면서 재미있어 할 수 있으면 족한 것이다. 따라서 감히 토끼가 하늘을 날고, 여우와 사자를 조련시킨다고 해도 세상은 여전히 안녕하다. 그 같은 안녕을 해치는 것은 현실 먹이사슬의 적들일 뿐이다. <아름다운 책>이 숨겨둔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꿈꾸는 데도 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의 적들을 향해서도 책은 쓸모가 있다! 빨간책? 스스로를 빨간책이라고 말하는 책은 세상에 없다. 지금 당신의 손에 쥐어진 한 권의 책이 당신에게 어떤 쓰임새를 띠는가에 따라 모든 책은 빨간책이 된다. 좋고, 아름다운, 큰 책은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클로드 부종 글·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김용필 (월간 북 매거진 <텍스트> 편집장) text@textta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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