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투쟁 이대로 끝나는가

한국통신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3일(월) 조합원 총회를 마치고 5백17일의 파업을 접었다. 희망자에게 올 상반기 중 도급업체 취업 알선, 위로금을 지급하고 노조는 '해산'한다는 합의서가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또 하나의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인 캐리어 사내하청노조

한국통신비정규직노조 해산…"비정규직도 승리의 경험이 필요"


김조영혜 기자 kimjoeda@e-unipress.com




한국통신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3일(월) 조합원 총회를 마치고 5백17일의 파업을 접었다. 희망자에게 올 상반기 중 도급업체 취업 알선, 위로금을 지급하고 노조는 '해산'한다는 합의서가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또 하나의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인 캐리어 사내하청노조는 파업 4백일을 맞아 전국 1인 시위와 무기한 상경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조의 해산과 캐리어 사내하청노조의 투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517일간의 투쟁, 남은 것은 상처뿐
공공연맹 사무실 한 켠에서 만난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조 최봉준 대외협력국장은 "그간 투쟁을 정리하는 백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총회 이후 연세대 학생회관에 머무르던 동지들도 각자 집으로 떠나고 집행부만 남아 노조 해산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이 노조 만들어서 5백17일을 싸우고 나니 지치기도 많이 지쳤습니다. 이번 해산은 합의문과 상관없이 시기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 노조처럼 조합비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장기투쟁은 배곯고 힘빠지는 투쟁이었다. 쌀독에 쌀이 떨어지고 전기가 끊기는 현실에서 투쟁을 계속하기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처음 투쟁에 결합했던 1천2백여 명의 조합원들도 마지막 총회에는 2백11명으로 줄어있었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강대교 위 고공농성, 목동전화국 점거, 국회 본회의장 진입 시위, 세종문화회관 옥상 기습시위 등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지만, 합의문에 따르면 계약직도 아닌 도급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제 한국통신에는 비정규직 노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라지만, 현실은 아닙니다"
최봉준 대외협력국장은 그간의 투쟁을 돌이켜보며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 정규직 노조와 무려 7개월 동안 대립하다 결국 독자노조 설립이 가능하도록 정규직 노조 규약 개정에 성공해 노조설립필증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었다. 일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잘리는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계약해지'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조가 2000년 10월 노조를 결성하자, 12월 31일 7천명이 계약해지됐다. 캐리어 주식회사는 사내하청 노조에 가입한 6백50여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광주시내 업체에 취업조차 막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어려운 것이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이다. 한국통신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을 막는 수준이었지만, 캐리어 정규직 노조는 사내하청노조가 공장 점거투쟁을 벌이자, 구사대로 돌변했다. 지난 22일(수) 논현동 캐리어 지사 앞 '사내하청노조 인정과 고용승계 쟁취를 위한' 규탄대회에서 캐리어 사내하청 김남균 사무국장도 "노동자는 하나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최봉준 대외협력국장과 김남균 사무국장은 입을 모아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안전핀이라는 정규직 노동자의 의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투쟁의 승리를 보여주겠다"
비정규직 투쟁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봉준 대외협력국장은 "사람들이 이제는 비정규직 문제를 많이 알게 돼 기쁘다. 5백17일 투쟁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캐리어 사내하청노조는 지난해 8월 2년 이상 파견근무자 총 1백3명이 정규직화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절반의 승리인 것은 자명하다. 다국적 기업인 캐리어 주식회사의 토마스 사장이 이야기했듯이, "비정규직의 문제는 총자본의 문제"이듯, 단위사업장만의 투쟁으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조가 무너지고 캐리어 사내하청노조와 기아 사내하청노조 등만이 힘겨운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절실한 것은 승리의 경험인지도 모른다.
김남균 사무국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구사대로 전락하는 노동자간 분열을 경험한 캐리어 사내하청이 정규직과 연대해 비정규직 투쟁의 모범답안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민주노총이 총단결해 비정규직 투쟁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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