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중지 후 합법적인 파업에 일방적으로 직권 중재 신청을 함으로써 불법으로 몰아갔어요. 노동조합의 미래를 위해 “상여금 안 받아도 좋다.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관리이사 물러나라”로 쟁점이 바뀐 것입니다.
병원로비에 들어서자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조합원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날씨도 무더운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으니 뜨거운 열기가 절로 뿜어져 나와 불쾌지수가 높을 듯도 한데, 나이 드신 아주머니나 갓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나 모두 밝고 맑은 표정들이다. 마치 무슨 청소년 수련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시설과 소속인 염기용 지부장은 이번 파업 과정에 보여준 조합원들의 모습에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 울산병원지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울산병원은 99년 4월 17일에 기업별 노조로 노동조합을 창립했구요, 그후 11월에 조직형태변경 찬반투표를 통해 산별로 전국보건의료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현재 조합원은 256명입니다. 병원만큼 직종이 다양한 사업장도 없는데요. 전체 조합원의 60% 정도가 간호과 직종입니다. 그외에 임상병리, 물리치료, 방사선 등 이런 부분을 M·T파트라 하는데요, 이렇듯 의료기사 파트가 있구요. 나머지는 시설관리, 일반 행정직, 원무과 등과 식당에서 근무하는 영양실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가 하는 일이 노동조건개선·임금인상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 전체가 병원의 공공성 강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 파업까지 이르게 된 배경과 경과는?
5월 7일에 전국 100여개 사업장이 일괄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습니다. 우리병원은 지노위에서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며 조정중지를 내려 합법적인 파업권을 받아 왔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난 2년간 계속 파업을 했었고, 올해는 저희도 파업을 좀 피해보고 싶었어요. 평화적으로 원만하게 타결을 짓고 싶었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임금 인상 요구안 21.9%에서 12.3%로 양보도 했고, 파업 첫날 아침(23일)까지도 마지막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교섭을 회피하고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확인했지요. 파업총회가 7시부터 잡혀 있었지만 8시에 병원 측과 사무장이 통화를 했었는데, “10시에 다시 교섭을 하자”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10시가 되자 “오류다. 우린 그런 적 없다” 며 11시에 바로 지방노동위원회에 일방적으로 직권중재신청을 낸 것입니다. 우리 단협에 사실은 아주 악질적인 조항이 있었는데, 미처 아직 개정을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이 악질적인 조항을 십분 이용해 그 다음부터 우리를 불법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파업 둘째 날인 24일은 남부경찰서에 업무방해 혐의로 교섭위원 6명 전원을 고소했습니다. 저와 사무장(이미자), 정책부장(김태우), 문화부장(강주보) 4명은 체포영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때부터 조합원들이 분노한 것이죠. “이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 “이렇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든 사태의 핵심이 관리이사가 제 역할을 못해서 오늘 파업 10일째인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봅니다.
진료하는 일 외의 다른 분야를 총괄하는 사람이 관리이사입니다. 그 역할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병원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건의료노조의 다른 병원을 보면 역할을 잘하는 경우 노사관계 잘 풀어가고 엄청 잘해요.
우리병원의 경우 관리이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이번 기회에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고 이로써 파업 10일째를 맞이한 것입니다.
□ 보건의료노조의 공동 요구안은?
올해 보건의료노조 2002 투쟁 들어가기 전에 대의원대회에서 4대 핵심요구안을 확정했는데요. 첫 번째가 주5일제 근무고요, 두 번째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입니다. 사실 병원만큼 비정규직이 많은 곳이 없어요.
우리 병원은 단지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들만 비정규직인데, 그분들은 병원 생길 때부터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있어 아직 우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를 못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입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 그 이익을 일정정도 주민들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계속 얘기해온 산별교섭입니다.
“중앙에서 병원 대표, 노조 대표 만나서 타결짓자”, “지역에서 왜 이렇게 소모전을 벌이나” 이러한 점들은 다 동의되었고, 울산지역 3개 병원 노동조합 모두 타결이 되었습니다.
□ 병원 측과의 주요 쟁점 및 요구사항은?
보건의료노조 공동요구안, 지부 요구 단협사항 대부분 다 타결되었고 남은 것이 있다면 임금 하나였는데, 이것도 큰 시각차가 아니었습니다. 상여금 수준이 동강병원 800%, 울산대병원 850%인데 우리는 700%거든요. “100%인상해서 타 병원 수준으로 맞춰주고, 그것도 지금 당장 어렵다면 연말에 지급해 달라, 연말에도 어렵다면 내년으로 이월시킬 수도 있다. 어쨌든 800%로 못 박아 정례화 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은 “상여금 100% 인상은 안된다. 단지 성과금으로는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견차이는 이것뿐이었는데,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제는 쟁점이 우리 조합원들이 “상여금 안 받아도 좋다.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관리이사만 물러나라”로 바뀐 것입니다. 관리이사 퇴진, 고소·고발 취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파업참여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요구사항인데, 현재 관리이사 퇴진 문제를 남겨 두고 실마리가 전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 경찰병력 투입이나 장기화될 가능성은 없는가?
사실은 월드컵 개막 전에 경찰 병력을 투입하지 않을까 추측했는데, 안 들어오고 있는 걸 보니 울산 정서가 경찰력 투입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파업 중 노사간에 심한 몸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물파손이나 물리적 충돌도 없고, 또 응급실 쪽은 다 진료가 되고 있거든요. 무리하게 경찰력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비는 하고 있습니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파국은 원치 않는다”는 원칙을 서로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 병원에서 10일씩 파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환자들에게 파업들어가기 전에 먼저 미리 안내를 합니다. 옮겨갈 사람은 다 옮겨가고, 그래도 남아있는 분들은 다들 이해를 해 주십니다. 남아 계신 분들이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하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 외에 환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10일이 넘도록 파업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재작년의 경우도 길어야 하루 반나절 파업을 했는데요. 저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정말 감동했습니다. 연차를 낸 2명을 제외하고는 이탈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매일 응급실과 나이트 근무자들을 제외한 200명의 조합원이 빠짐없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병원에서도 어떻게 하질 못하는 거예요. 조합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우리 사업장이 병원인데, 무리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게 한다하더라도 마음속의 부담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이 고민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조합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는 걸 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관리이사 퇴진을 못시켜내면 앞으로 우리 노동조합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하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행태를 보면 그런 마음이 저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 갓 새로 들어온 신입 조합원들에게까지 마음속에 깊이 인식되어 있어 별다른 특별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이젠 날도 덥고 병원로비도 비좁고 해서 조합원들이 육체적으로 힘든데, 이런 점을 해소해 줄 방법이 없어 안타깝구요. 조합원 전체가 몸은 힘들지만 투쟁해야겠다는 의지는 강하고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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