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즐기기 전에 고통받는 노동자들 외면 말아야"

월드컵 후원 다국적기업 반대 토론회

윤재설 dllp21@kdlpnews.org
“20세기 시장경제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한 나라가 미국이라면 스포츠단체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가 으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피파는 축구의 상업화를 주도해왔다.

1974년 브라질의 변호사이자 기업가 출신인 아벨란제가 1998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재임하면서 비영리법인인 피파에 경영이념이 도입됐고 스포츠용품을 생산하는 초국적 기업의 세계적 축적이 가속화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5월 28일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왜 월드컵이 문제인가?―초국적 기업 착취에 기댄 월드컵’이란 주제의 토론회는 이같은 피파와 초국적 스포츠메이커의 노동착취를 고발하고 기업감시운동의 필요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국제민주연대, 평화인권연대,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아동노동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반대 공동행동’이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캠페인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1부에서 발제를 맡은 박하순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집행위원은 “의류, 신발, 축구공 등 스포츠용품의 생산은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에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쳐 그리고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스포츠, 미디어 산업 등 초국적 자본의 세계적 축적의 대행기구이자 부정비리와 축구 상업화의 온상인 피파에 반대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옹호하고 아동노동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노동반대세계행진(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ur, 글로벌마치)의 도코씨는 파키스탄과 인도 축구공 생산기지의 아동노동 실태를 발표했다. 글로벌마치가 촬영한 비디오가 토론 중간에 방영됐는데 파키스탄의 축구공 생산공장에서 10대 소년들이 쭈그리고 앉아 빠른 속도로 축구공을 꿰매고 있었다.

도코씨는 “아동노동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성인노동에 대한 임금인상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비용 등이 마련되기 때문”이라며 아동노동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초국적 스포츠메이커의 노동착취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2부에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의 노동자들이 나와 한국 초국적 기업의 아시아 노동자 착취 사례를 보고해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의 노동자는 자카르타에 위치한 ‘자야 토이스’라는 이름의 한국 장난감 회사가 현지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노동자들 몰래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사례를 발표했다.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화장실에 갈 시간이 일주일에 30분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스리랑카 한인 기업의 사례나 여성노동자의 신체수색을 벌여 물의를 일으킨 중국 한인 기업의 사례는 1970년대 마산, 창원 등지에서 일어난 일본인기업의 노동착취와 노조탄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기업감시운동을 시작한 국제민주연대의 차미경씨는 “제조업체 가운데 해외에 생산거점이 있는 업체가 44%에 달하고 앞으로 해외이전 계획이 있는 업체가 33.8%나 된다”며 이같은 상황에 대한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대응을 촉구했다.

차씨는 “한국 노동운동이 제3세계 연대에 인색하고 선진국과의 연대에만 관심이 많다”며 “이같은 식민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른 지역 노동자와의 연대는 ‘도와주는 차원’이나 ‘중재자 역할‘이 아니라 빈곤을 강요받고 있는 계급에 대한 연대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90호] 6.3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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