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민주노동당 정책부장ㆍ변호사
지난 5월 30일자 <한겨레>는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와 김민석 후보를 거의 한 면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 장단점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민주노동당의 이문옥 후보는 군소후보로 소개하면서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책학회에서 항상 가장 구체성 있는 공약을 가진 정당이라는 평을 들은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언론의 자의적인 평가 앞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분명 기자와 편집국은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민주노동당의 지방선거공약을 전혀 읽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조사와 근거없이 비판을 일삼는 것은 모 언론의 행태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것이 <한겨레>에게까지 확대된 것은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선거기간이 시작하기 전 지방선거 중앙공약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지방선거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내용이 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약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오히려 구체성이 있고 실현가능한 민주노동당 공약안에 대해서만 막연한 운동권에 대한 편견을 기초로 쓴 언론의 행태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당은 앞으로도 편견과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한 고난의 행군을 계속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약 평가기준은 다음과 같다. 양당이 제시한 공약이 지방자치법과 개별 법률 상 지방자치의 사무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했고, 만약 해당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타 기관이나 법률의 개정없이 독자적으로 공약을 시행할 수 있는 것인가를 판단했다.
민주당 공약 1백50개중 50%인 75개가 지방자치단체와 무관했고,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은 32%로 48개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당의 지방선거공약에는 “자주적 강군 육성과 다자간 안보협력”이라는 소제목 하에 남북화해협력의 계속 발전(28번), 군의 사기진작(27번), 테러방지 등 범세계적 문제해결(33번), 도하아젠다협상(WTO 협상) 적극대응(36번) 등 지방자치단체가 도저히 관여할 수 없는 국방 및 안보에 관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14번), 권력층의 주변관리철저(16번), 민주적 정당구조 확립(19번) 등 지방자치와 무관한 다분히 정치구호에 가까운 공약조차 있었다.
한나라당 공약 94개중 42.6%인 40개와 지방자치단체와 무관한 공약이었고,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은 29.7%인 28개에 지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공약에는 대북지원의 투명성 검증원칙 확립(안보 1번 항목),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 강화, 북한에 대한 “선택적 포용정책”(안보 3번 항목), 투명한 무기조달체계 확립(안보 4번) 등 지방자치단체와 무관한 안보와 국방에 관한 공약이 있는가 하면, 국정홍보처 폐지(언론 1번), 정부소유 언론사 보장(언론 2번), 총 1천조원의 국가부채 감축대책을 강구(경제 8번), 공적자금 1백조원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원금상환대책(경제 10번), 의약분업 재평가(복지 2번) 등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무관한 민주당 규탄용 공약조차 있다.
이에 반해서 민주노동당의 지방선거 공동공약 세부공약까지 포함한 총 51개 중 지방선거와 무관한 공약은 하나도 없고,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은 88.22%인 45개에 달한다. 민주노동당 지방선거 공약 중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공약은 지방자치의 본질상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최소한의 제도이거나,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하여야 할 분야로서 지방소득세 신설(2번), 기초자치단체가 세원배분 조정(2번), 주민소환제(1번), 지방환경세 신설(14번), 미군기지 철수(15번), 유전자조작식품 유통금지(17번)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약 중 지방자치와 무관한 것을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인물선거, 돈 선거를 항상 비판하고 정책선거를 주장하며, 특히 지방선거는 주민들을 위한 선거이어야지 대선의 전초전이 되어서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항상 언론이고, 아마 유권자들도 이에 대해서 겉으로는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정당보다도 실현가능성, 구체성, 지방자치의 본질에 부합되는 공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토론회에서 배제되고, 언론에 그 정책이 소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사기극”으로 불릴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탄하지 말자. “국민사기극”을 극복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몫이고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온갖 비웃음과 냉소를 돌파하는 의지가 중요한 때다.
[ 90호] 6.3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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