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산업 민영화 반대투쟁과 환경운동-노동운동의 연대 가능성

향후 발전산업 민영화 반대투쟁과 친환경적 전력생산구조로의 개편이라는 사안에 양 진영이 실질적으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양자간의 오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발전산업이 갖는 '공공성'을 새롭게 구성하여 이를 가지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허남혁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과환경> 세미나원
전 (사)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연구원
캐나다 요크대학 환경학과 박사과정 입학예정


발전노조의 민영화 반대 투쟁이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던 지난 3월27일, '전력산업 민영화 유보와 친환경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시민 노동단체 공동선언문'이라는 하나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발전노조 등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이 성명서는 적녹(赤綠)연대, 즉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환경운동의 발전과정

80년대 반공해운동에서 출발한 한국의 환경운동은 90년대 들어 반핵운동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원전 건설 반대운동, 원전 주변지역 주민반대운동 및 피해보상운동,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 등을 거치면서 환경운동단체들은 현 세대 뿐 아니라 수천 수만 년 동안 미래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될 원자력의 사용에 반대하는 반핵운동을 환경운동 제1의 기치로 내걸었고, 그에 따라 핵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하였다. 그 핵심부에는 한전이 있었다. 한국의 중앙집중적이고 독점적인 전력공급구조가 원자력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결국 이를 깨부수기 위해서는 한전을 타겟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전의 전력생산 독점구조로 인해 전력생산에 있어서 극심한 환경파괴, 주민들의 저항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에너지 대외의존의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악의 화신'인 한전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단체들은 한전의 전력생산 독점체제를 경쟁관계로 바꾸어야만 독점구조를 깰 수 있으며 이로부터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나갔다. 여기서 경쟁관계로 바꾸는 것은 그동안 국가가 독점하고 있던 전력생산을 다양한 주체들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환경단체들의 주장은 "(민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경쟁 도입 => 한전 독점구조 철폐 및 전력생산 분산화 =>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도식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은 그간 자신들의 중요한 이념적·실천적 토대인 반핵운동의 핵심 주장인 핵 철폐와 이를 위한 한전의 해체 주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보다 넓은 의미에서 환경운동이 지켜나가야 할 환경(자연)의 공공성, 즉 발전산업과 에너지 자원의 공공성 문제 및 사회 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저렴한 전력 공급이라는 사회적 공공성 문제와의 균형감각에 대해 소홀했으며, 그럼으로써 시장이 과연 그러한 공공성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노동-환경 문제인식의 한계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입장은 명확했다. 민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전력을 포함한 공공서비스를 공적 영역에 유지시키려는 세력과,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이를 사유화/상품화시키려는 세력 간의 '공공성 수호' 갈등으로 보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공공성'을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기치 하에 수호하는 한편 현재의 공기업 체제의 문제도 나름대로 인정하면서, 이러한 '공공성'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공기업 체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민영화보다 훨씬 더 사회적인 공익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운동 진영 또한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발전산업 민영화 문제의 에너지 및 환경문제로의 인식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 진영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 문제는 그동안 주된 고려 대상은 물론이거니와 부차적인 사안도 되지 못했다. 이들이 말하는 '공공성'도 저렴한 전력생산을 통한 사회적 후생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지,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자원 사용과 그로 인한 환경문제, 그리고 외국으로부터의 수입 같은 환경적 측면이 포함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이 국민의 공기업으로서 한전을 유지하면서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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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산업 구조개편 관련 환경/노동단체 논의 일지>
1997. 5-7월 영흥도 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환경단체의 문제제기(1997년 7월 31일 환경운동연합, 영흥도범대위 주최 '한국전력 전력사업독점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관한 시민토론회')
1998.5.7 '환경·주민참여·에너지자립을 위한 전력산업 재편방향' 토론회(환경운동연합 주최)
1999.11.12 '한국전력공사 구조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국회환경포럼, 환경운동연합 주최)
1999.11.27 '전력산업 민영화에 관한 환경단체·노동단체 토론회'(환경운동연합, 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조운동연구소 주최)
2000.10-2001.4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비판과 대안' 공동연구(한전 노동조합 발주, 민교협 주관.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진영 모두에서 참여)
2002.3.22-24 '연대와 성찰: 사회포럼 2002'(발전산업 민영화와 공공성, 지속가능성 문제 섹션 진행)
2002.3.27 시민·노동단체 공동선언문 발표 / '시민·노동단체 공동실무단' 구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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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공공영역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약화시키면서 환경 및 자연보전을 위한 공공정책도 함께 약화시켜가고 있다. 그 결과 사적 이윤을 위해서라면 무자비하게 환경과 자연을 착취하고 그 외부효과는 그대로 사회에 전가시킴으로써, 소수의 사회적 강자들만 이익을 챙기고 사회적 약자들과 미래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환경문제의 본질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한한 이윤의 추구에 의한 자연 훼손과 파괴라고 본다면, 환경운동은 당연히 이를 저지하면서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지켜나가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환경과 자연, 나아가 지구는 어느 누구의 사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운명이 달려 있는 공유물(commons)로서의 '공적 영역'이라는 자각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환경운동 역시 이 점에서 다른 사회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성'을 새롭게 구성하자

그동안 한국의 환경운동에 있어서 발전산업의 '공공성'은 지속불가능한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여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중앙집중식 독점적 사회구조를 분산적인 분권적 사회구조로 바꾸고 이를 통해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매우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것이었다. 반면 노동운동에 있어서 발전산업의 '공공성'은 국민 모두의 필수재인 전기를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국가가 직접 생산하여 누구나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함으로써 국민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의, 사회경제적이고 현실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양 진영의 '공공성' 내지는 '공익' 개념은 양자 모두 필요한 것인 반면에 서로 합치되지 않거나 오히려 상충되는 측면이 강했다. 예를 들어 노동운동 진영에서 주장하는 발전산업의 '공공성', 즉 저렴한 가격에 사회 전 계층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의미에서의 사회화 주장 에 대하여,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저렴한 전기 가격에는 환경파괴 같은 보이지 않은 환경적 비용이 숨어있다는 점에서 이는 '공공성'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 더욱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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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의 친환경적 개혁방안 - 3/27 공동기자회견문 골자>
1) 원자력 발전소의 신규 건설과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을 포기하여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
2) 화력발전의 용량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발전 방식으로 전환
3) 공급증가 위주의 전력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
4)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절약사업
에 과감히 투자하여 전력산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
5) 현재의 민영화 추진을 유보하고 참된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적
인 전력산업 구조개혁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민간의 참여를 보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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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발전산업 민영화 반대투쟁과 친환경적 전력생산구조로의 개편이라는 사안에 양 진영이 실질적으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양자간의 오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발전산업이 갖는 '공공성'을 새롭게 구성하여 이를 가지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를 통해 구성된 '공공성'이 과연 민영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으로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그 대안은 과연 어떤 것일지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 그러한 일은 가능해 질 것이다. 한달이 넘게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이번 발전노조의 투쟁은 이 점에서 많은 자극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3월 27일 공동기자회견문 발표 이후, 환경운동 진영과 노동운동 진영은 <시민·노동단체 공동실무단>을 구성하고 이제 그 기나긴 여정을 막 시작하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간에 문제 인식에 있어서의 견해 차이가 어느 정도 좁혀질
수 있는 여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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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민영화 ,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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