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와 월드컵, 그리고 노동자
요즘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매체들은 월드컵으로 도배하고 있고, 아침 출근시간이면 임투승리를 위한 대·소위원들의 출근투쟁, 지자체 후보들의 선거운동 구호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매일 콘베어에 몸을 싣고 노동을 하는 우리가 보기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돌아가는 세상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 이 시간 나의 소망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시점을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투쟁하여 2002년 임투를 완전 쟁취하는 것, 6·13 지자체 선거에서 노동자가 지지·지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 그리고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희망일 것이다.
조합원과 함께 하는 임투 승리의 길
2002 임투 출정식을 치루고 10차례의 협상을 거치며 사측의 제시안이 나와 있다. 하지만 현재 협상의 주요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돈 문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결국 이렇게 끝난다면 현대자동차 조합원들만의 돈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 회사는 아마 돈을 어느 정도 쥐어줌으로써 넘기려 할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5공장의 고용문제, 신규인원 직영 채용문제, 불평등한 조건에 처해 있는 사내 비정규직, 부품업체 노동형제들의 문제 등을 외면한 대가일 뿐이다.
이것은 바로 지금 당장의 돈 몇 푼에 미래의 희망을 팔아먹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임투는 임금협상 뿐만 아니라 5공장의 TN카 계획 백지화 기도를 분쇄하고 고용문제의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는 것, 불평등한 노동구조 철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노동자 총 단결의 기초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관심을 모아내고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성공하려면
우리는 지난 4월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았다.
조합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 민주노총 지지 후보를 찍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후보가 당선된다고 그 자체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아니다. 바로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실천할 때 노동자의 대표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 6.13 선거를 앞두고 현장의 조합원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솔직히 조합원들은 한 표를 찍어 주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조합원의 책임이 아니다.
바로 지금까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치며 국회의원,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됐던 많은 노동자 지지 후보들이 걸어왔던 길과 무관하지 않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서 뽑은 노동자 지지 후보인 만큼 선거 때만 되면 한 표를 얻기 위해 온갖 말을 해대면서 선거가 끝나면 뒤돌아서 버리는 정치인의 행태를 밟아서는 결코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과정에서부터 개별 출마자의 당락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세력을 결집시키는 과정이어야 하고, 끝난 후에도 당선자와 탈락자의 구별이 아니라 이번 선거를 발판으로 정치세력으로서 분명히 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조합원들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후보로서 소중한 한 표를 찍어주고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노동자에게 월드컵은 무엇인가?
정치권에서는 한국선수들에 월드컵에서 선전하는 것이 야당에게 유리한가? 여당에게 유리한가?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동자에게 월드컵은 무엇인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바라는 마음이야 대부분 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과 자본은 월드컵을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짓밟는데 이용한다. 언론에서도 마치 노동자들이 월드컵 기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노동자의 정당한 생존권 투쟁을 매도하고 짓밟고 있다.
지금 이 시간 온 국민이 월드컵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효성의 노동자들은 100여일 넘게 천막농성투쟁을 벌이며 외로운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벌이고 있다. 울산의 경우만 해도 택시, 병원, 버스 노동자들이 사측의 무분별한 탄압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이것이 화려한 월드컵에 가려진 노동자의 현실이다.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그 열기 속에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이 묻히는 것을 우려하는 한 노동자의 솔직한 마음이다.
울산노동자신문 현대자동차 배내골동지회 의장·김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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