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현안문제해법시리즈-무기력해지기 쉬운 노조활동 속에서

열심히 일한 간부들이여! 떠나라! 일손을 놓고 현장으로 가라.

김인식(노동자의 힘 회원)

노동조합 간부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회의 참가해야지, 집회 인원 동원해야지, 자기 업무 해야지, 현장에 문제 터지면 해결해야지. "현장의 노동강도 강화,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다가 노동조합 간부들이 먼저 지치고 나가떨어지겠다"고 한다. 농담으로 "이러다 과로사 되면 누구에게 청구해야죠? 위원장인가요, 아니면 조합원인가요"라고 한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아니 모든 문제를 갖고 회사와 협상하랴, 업무 처리하랴, 동동대야 한다.

간부들의 격무 뒤에 남는 왠지 모를 허전함(!).

노동조합 간부들은 처음에 현장에서 노동조합으로 올라올 때 가졌던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점을 내가 간부를 하면서 바꿔보겠다는 꿈과 의지는 실무에 파묻혀 버렸고, 도리어 현장과 간격만 더 멀어진 것 같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해결하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무슨 노동조합 간부냐, 노가다지"라고 푸념한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지쳐있다. 그들은 열심히 일했다.
현장의 문제 하나하나가 노동조합으로 집중되고, 노동조합 간부에게 해결사이자, 슈퍼맨을 요구하는 순간 간부들은 회사와 만나 협상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어 버렸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으로부터'라는 얘기는 정말 전설 같은 먼 과거의 일로 치부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노동조합은 현장이 요구하면 해결해야 한다. 이른바 '자판기 노동조합'의 위기이다. 자판기도 하다 못해 동전을 집어넣어야 나온다. 그러나 자판기 노동조합에서는 투쟁은 없고 결과와 성과물만 놓고 평가된다.
간부들은 노동운동의 전망과 과제보다는 실무를 먼저 배우고, 현장대중과의 일상적 만남과 조직화보다는 회사와의 협상 방법을 배우고 있다. 교섭을 시작하며 타결을 고민하고, 교섭의 방식이 더욱 더 세련되면 될수록 대중과의 간격은 멀어지고 있다.
간부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허전함과 피로감만 쌓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대우조선노조투쟁을 보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조합간부들에게 대우조선노조의 근골격계 투쟁은 당신의 지친 몸과 마음에 한 줄기 신선함을 전해준다. 회사의 악랄한 현장통제, 현장의 위축, 무너진 조직력 속에서도 그들은 현장으로 내려가 현장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했다. 빠삭한 실무역량이 없어도 현장의 문제와 고민을 받아 안고 적지만 힘을 하나로 모은 순간, 노동과 자본의 대립은 명확해지고 현장은 노동조합을 다시 보게된다.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고 했나? 결국 노동조합 활동의 기본은 '넓고 엷게'하는 것이 아니라 '좁고 깊게' 나아가는데 있다. 답은 내가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배워서 남 주자!

옛말에 배워서 남 주냐?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간부들은 자신을 위해서, 더욱 더 중요하게는 배워서 남 주기 위해 배워야 한다. 노동조합 실무도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을 배워야 한다. 한번의 노동조합 간부 경력이 아니라, 선진노동자로 현장활동가로 자신을 세우기 위해 배워야 한다.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는 소모임을 만들고 학습하고, 토론하고,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우자.

열심히 일한 간부들이여! 떠나라! 일손을 놓고 현장으로 가라. 현장대중이 변했다고 얘기하기 이전에 현장이 무엇에 고통스러워하는지, 그들을 만나고 얘기하자. 내가 아닌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간부가 아닌 활동가로 우리를 세우고 꿈과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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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노조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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