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노동조합 사무국장 최만식


조합원 총회에 대한 사측의 극악한 방해와 감시, 협박에도 불구하고 30%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용기를 내어 투표한 것에서 민주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5일부터 법원의 권고에 따라 효성노조는 △상급단체 변경 △규약개정 △임원불신임 등을 묻는 조합원총회를 시작했다.(본지 61호 1면기사 참조)
법원의 권고에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바대로 사측의 극심한 총회 방해 공작이 광범위하게 자행돼 투표참가율은 애초 공고한 총회 마감일 하루 전인 7일까지도 절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7일, 조합원총회를 7월 5일까지 연장한다고 공고를 붙였다.
총회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효성자본의 방해 책동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

최만식 효성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5월 18일 김해교도소에서 부처님오신날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총회 성사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최사무국장은 지난해 5월 6일 위원장이 갑작스런 침탈로 구속된 후 정기애 교육선전부장과 함께 위원장 공동직무대행을 맡아 파업돌입을 선언했고 경찰병력이 투입된 이후에는 공장내 옥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연행·구속돼 항소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여섯 살 난 딸이 어쩌다 새벽에 잠을 깼을 때 아빠가 보이지 않으면 울어버린다며 가슴아파하는 그는 지난해 파업투쟁이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다주었음에도 마무리과정에서의 혼란과 사측의 악랄한 탄압으로 인해 그 성과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7월초 감방에서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 지난해 113일간의 파업 투쟁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13년간의 무쟁의와 사측의 극악한 감시와 통제 아래 억눌려 지내야 했던 조합원들이 위원장의 구속을 계기로 그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파업 돌입이 가능했습니다.
타협보다는 원칙적인 투쟁을 강조했던 11대 박현정 노조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두터웠던 것이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7백여 명에까지 이르리라고는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만큼 파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권조인 이후 벌어진 혼란, 지도부의 취약한 지도력, 준비되지 않은 현장복귀 등으로 인해 내부 결속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효성자본의 거센 공격이 현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요약하자면 지난해 파업투쟁으로 노조와 조합원들은 결코 잊지 못할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었고 그만큼 단결력과 투쟁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내부의 여러 가지 혼란들과 효성자본의 치밀하고 공세적인 탄압으로 인해 그것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번 조합원총회 성사를 위해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파업을 통해 기존의 현장활동가보다 조합원들이 더욱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파업 전에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의무보다는 권리를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이보다 더 큰 성과가 뭐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어느 정도의 고통스런 시기가 지난다면 이런 깨달음을 얻은 조합원들이 다시 효성노조의 구심으로 우뚝 설 것이라 확신합니다.

□ 지난해 파업투쟁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라면.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파업이었고 지도부의 경험과 역량도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화섬연맹, 그리고 지역적 차원에서 이런 점들이 보완이 되었어야 하는데,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정권과 자본의 공격적인 탄압을 미리 예상하고 대응하지 못한 점도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노조의 임원으로서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이 갖는 의미를 정리해본다면.

감방에서 면회 온 동지들을 만나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다시 투쟁의 구심을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노조의 지도력과 집행력이 매우 취약해져 노조가 자기 역할을 다하기 힘든 조건인데 이를 해복투가 상당 부분 메우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저 자신도 해고자지만 해고자들이 갖은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끈질기게 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는 것에 커다란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5일부터 시작된 조합원총회에 대한 사측의 방해가 극심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해 주십시오.

10여년 동안 이어져온 탄압의 방식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단지 이번 조합원총회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사측의 방해 감시를 위해 나와 있다보니 예전처럼 사측이 관리자를 동원해 총회를 방해하기 보다는 조·반장과 용역경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라 하겠습니다.
조·반장들은 자기 차에 조합원을 태워 함께 출·퇴근하면서 투표소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용역경비들은 투표소를 집단으로 둘러싸거나 무비카메라로 촬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압감을 조성해 투표참가를 막습니다.

□ 사측의 총회 방해에 대한 노조의 대응은.

주요 노조간부와 현장활동가들이 해고자들인데 사측은 해고자들의 공장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어 현장 내 활동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로 전화 통화, 공장 밖 과별 간담회 등을 통해 투표참가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퇴근 시각에는 각 문에서 조·반장들이 조합원을 빼돌리는 것을 저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24시간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저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인원 때문에 24시간 지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6월 7일, 노조는 조합원총회 연장을 선언했습니다. 그 배경은.

첫째, 사측은 조만간 성병일 어용집행부와의 교섭을 통해 2002년 임단협을 마무리할 속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이러한 사측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조합원, 해고자가 하나되어 투쟁하는데 총회만한 것은 없다는 판단입니다.
둘째,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아닌데도 이렇듯 총회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사측이 불이익을 협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투표율이 30%까지는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민주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조합원들은 이번 총회 투쟁을 통해 사측의 총회 방해 책동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들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달이라는 총회투쟁 기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을 만나고 조직하여 현장조직력 복원에 전력을 기울이고 구체적인 이후 투쟁의 방향들을 설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 효성노조의 무쟁의 청산, 그리고 현재의 위기 모두 울산지역 연대투쟁과 떨어뜨려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울산노동자들에게 바라는 바는.

지난해 효성노조의 파업투쟁에서 왕성한 연대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지난해 파업투쟁에 열일 제쳐놓고 연대해 준 울산노동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효성노조마저 무너진다면 남구지역 민주노조운동, 아니 울산지역 민주노조운동이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만한 위기감들이 울산지역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보여주었던 연대투쟁의 열기를 다시 한 번 분출시킨다면 효성노조 사수는 물론 침체를 거듭하는 민주노조운동이 새로운 활력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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