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아 dodani@kdlpnews.org
너무 오래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는 삼미특수강 해고노동자들. 민주노총이 5월 22일부터 연대파업에 들어간 것과 때를 맞추어 다시 서울로 상경한 그들을 지난 6일 만나봤다.
“지난달 21일 상경해서 장기투쟁사업장들과 인사동, 대학로, 과천정부청사 등을 돌며 집회를 벌이다가 30일부터는 유상부 포스코 회장집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어요. 아침 점심 저녁에 한번씩 간단한 집회를 하고 밤이 되면 침낭 하나에 의지해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잡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백5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들은 이제 84명으로 줄어 있었다. 이번 상경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40명. 10여명은 창원에서 시의원으로 출마한 김창남씨(고용특위 부의장)의 선거운동을 돕느라 상경대오에서 제외됐고 30여명은 생계 등의 문제로 올라오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무효소송 패소판결이 내려지면서 삼미로부터 지급되던 쥐꼬리만한 휴업수당도 끊긴지 오래. 생계문제로 인한 가정불화로 이혼까지 간 조합원들도 여럿 있다. 게다가 삼미로부터 “더이상 삼미 직원이 아니니 7월말까지 사원아파트에서 나가달라”는 통보까지 받은 상태다. 조합원들은 이번 상경투쟁을 위해 4월 한달간 전원이 막노동판에 나가 일을 해야했다.
“서울에 와서 며칠 안 지났을 때인데 자고 일어나보니까 오른팔이 마비되어 못 움직이겠더라구요.” 서울에 올라온지 며칠 안돼 팔이 마비되어 한의원을 찾은 최진환(43)씨는 “중풍 초기 증세”란 말을 듣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행히도 다시 병원에서 ‘목디스크’라는 진단이 내려졌지만 “푹 쉬면서 매일 뜨거운 물로 찜질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지시는 따르지 못하고 대신 파스만 매일 갈아붙이고 있다. 김효재(50)씨도 마찬가지다.
처음하는 노숙투쟁은 아니지만 시멘트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은 40, 50대 노동자들의 몸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 이들은 동료들이 창원에 내려가서 쉬라고 해도 끝까지 대오에 남겠다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삼미에서 20년 넘게 일했다는 백영종(52)씨는 “유상부 회장이 구속될꺼라 해서 이번에 상경투쟁 하면서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어제 불구속기소 되는 걸 보니까 또 힘이 빠진다”며 “청와대랑 포철이 서로 돈을 주고받은 관계였으니 그동안 삼특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겠냐”며 분노했다. 백씨는 “그동안 정부, 국회, 노동부 다 가봤지만 소용없었다”며 “이번에 창남이를 꼭 당선시키고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새벽잠이 없어졌어요. 새벽에 눈뜨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죠. 끝까지 조합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껴지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번 들었어요. 생계문제 때문에 다들 힘들어하고 있지만 사실 투쟁을 하면서도 전망이 안보인다는 게 가장 힘든거죠.”
수년째 투쟁대오를 이끌고 있는 김현준 고용특위 의장은 “투쟁에 지쳐서 감정까지도 메말라가는 조합원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오는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삼특 해고자들의 부당해고 무효소송 재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 91호] 6.10 ~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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