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법/이탈리아 토리노대학 정치학과
작년 5월 이탈리아 총선 이후 우파가 집권하면서 유럽 전체가 우경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주 포르투갈 총선에서 집권 좌파 정부가 포르투갈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우파에 패해 정권을 내주는 우경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 불안한 사회치안의 문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업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이탈리아 역시 이와 같은 문제들이 사회 현상화 되면서 복고적 보수주의가 큰 힘을 얻게 됐고, 결국 2001년 총선에서 우파연정이 승리함으로써 유럽 전역의 우경화의 진원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우경화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를 가름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 지방선거(이탈리아는 지방선거를 한꺼번에 치르지 않고 총선 때와 지방에 따라 두세 번에 걸쳐 나누어 치른다)가 지난 5월 26일과 27일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실시됐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1천2백만명의 투표권자가 26개 꼬무네(Comune: 한국어로는 자치시 정도로 번역이 되는 이탈리아 지방 행정단위 중의 하나로 시나 읍 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의 시장과 10개의 쁘로빈치아(Provincia: 한국어로 해석하기 어려운 지방 행정단위로 광역시나 군을 2-3개 정도 합쳐놓은 규모로 생각하면 된다)의 수장을 뽑는 선거로 현 집권 정부의 정책노선에 대한 국민적 평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모아졌던 선거였다.
선거의 결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소 다르게 나왔다. 26개의 꼬뮤네 중에서 레지오 깔라브리아, 레체, 빠르마 등을 비롯한 9개 꼬뮤네는 우파연합의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고, 제노바와 사보나 및 라 스뻬찌아 등의 7개 꼬뮤네에서는 좌파연합의 후보가 승리했으며, 알렉산드리아, 꾸네오, 아스띠, 베로나, 고리찌아 등의 10개 꼬뮤네는 50%이상의 과반수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없어 다득표자 두 명의 후보가 6월 19일과 10일에 걸쳐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또한 10개의 쁘로빈치아 중 4개의 쁘로빈치아에서 우파연합 후보가, 2개의 쁘로빈치아에서 좌파연합의 후보가, 4개의 쁘로빈치아에서는 다시 결선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수치상의 결과만을 본다면 우파연합의 승리이며 현 집권여당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의 이면에는 결코 우파연합의 승리라고 말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꼬뮤네 선거는 제노바였는데, 리구리아주의 주도이기도 한 제노바는 2001년 G8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이었으며, 회담기간 중 반세계화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의 젊은이 한 사람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곳이다.
이번 시장 선거에서는 좌파연합 후보가 66.4%를 득표하여 18.7%의 득표에 그친 우파연합 후보를 무려 3배가 넘는 득표 차를 내면서 승리했다. 즉, 베를루스코니의 내정과 파시즘적 경찰 진압정책을 제노바 시민들은 분노했고, 이를 투표를 통해 확인시켜 줬던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점은 2001년 총선 결과와 비교한 득표율에 관한 것인데, 좌파연합이 43.2%의 전체 득표율을 얻어 총선의 41.8%보다 다소 상승한 득표율을 보였고, 우파연합은 51.2%를 얻어 총선의 54.9%에서 다소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좌파연합 중에서는 좌익민주당(15.3%⇒17.5%)과 공산주의재창설당(4.7%⇒5.2%)이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으며, 이에 반해 우파연합에서는 현 총리인 베를루스코니가 당수로 있는 강한 이탈리아당(29%⇒21.3%)과 국민당(9.5%⇒8.2%)의 지지율이 현저히 하락한 반면 북부동맹(8.7%⇒11.7%)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원인분석이 가능하다. 즉, 현재 집권 여당의 정책에 대하여, 특히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동계와 정부와의 대치상태에 대하여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집권여당의 무리수를 비난하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베를루스코니는 투표결과 다음에 노동정책에 대한 전반적 고려와 새로운 협상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또한 좌파연합에게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전에 우파연합의 시장이 선출됐던 주요한 북부의 도시들에서 좌파연합이 두드러진 약진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삐에몬떼 주의 주요 꼬뮤네들은 2차 결선투표까지 갈 정도로 선전했으며, 특히 전통적 우파 도시였던 베로나와 고리찌아에서도 2차 결선투표를 이끌어 낼 정도로 좌파의 약진은 두드러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좌파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절대 아니다. 우파연합 중에서 인종주의적 정당인 북부동맹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했다는 점은 여전히 극우적 경향이 상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고, 현 집권여당이 우려할만한 투표결과에 따라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등은 향후 우경화 바람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새롭게 제안하여 던진 노동법 개정 문제에 대한 미끼에 개량적 노조단체들은 벌써 침을 흘리며 모여들고 있다.
[ 91호] 6.10 ~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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