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온라인 게임 사전 등급분류 공청회'에 즈음하여


우리는 지금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디지털이란 말은 더 이상 유행을 타는 하나의 어휘가 아니라 '현실 이상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정보화의 가속페달은 예전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세상을 조금씩 현실화 시켜가고 있다. 물론 이 새로운 공간이 마냥 장미빛 환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화된 세상이 가져올 인간소외와 권력, 자본의 문제에 대해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볼 시점이 되었다.

문화부는 지난 3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인터넷 상에서 운용되는 온라인 게임물들에 대해 사전 등급분류심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즉각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현재 사후심의를 시행하고 있어 이중심의라는 지적, 지금껏 사전심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실제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내용을 모두다 포괄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 게임산업 진흥차원에서 정통윤이 지켜온 가이드 라인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표현의 자유 및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문제 등등이 한데 뒤섞여 들끓었다. 대표적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운영주체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사전등급분류 시행을 6월 1일로 강행하기로 했던 문화부도 등급분류 시행을 미루고 14일 '온라인게임 사전 등급분류 세부기중안에 대한 공청회'를 잡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공청회가 한국팀의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 진행되는 데다 참석자들마저 외부에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그 의도나 실제적인 효과가 의심받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부의 미온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전등급분류에 관련된 논쟁을 지켜보며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등급분류가 실질적인 검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문화부가 5월 29일 발표한 사전등급제 세부기준안을 살펴보면 'PK, 게임내용의 선정성·사행성·폭력성 등 게임의 내적 요소를 등급분류 기준으로 한다'고 밝혀놓고 있다. 문화부는 '정통윤이 시행해온 사후심의의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이지만 결국에는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끝없이 반복되어 왔던 논쟁이 다시금 재현될 소지가 충분하다. 현재의 상황에서 영등위의 사전심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창작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을 자기검열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일이 될 것이다. 이는 또 민간자율기구 설치로 민간의 자정노력을 반영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행여 일각의 분석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이 문제가 게임 산업의 파이 크기를 놓고 벌였던 문화부와 정통부의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면 문제는 심각하고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문화부는 부처이기주의의 구태를 벗고 '문화부다운' 모습으로 게임산업 발전과 창작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단발적인 공청회만으로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문화부는 정통부 및 게임업체, 사용자 등과의 조율을 제대로 일궈내야 한다. 공청회 이후의 논의와 협의, 꾸준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한 책임있고 합리적인 대안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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