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정책]‘열린 채널’ 닫아버린 KBS 시청자참여운영협의회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 개선을 위한 토론회

이지안 mulu@kdlpnews.org
다큐멘터리 감독 이마리오 씨는 얼마 전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 지문날인 제도를 비판하는 작품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편성을 신청했다가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로부터 ‘방송보류’ 통보를 받았다. KBS 시청자참여운영협의회에 따르면, 프로그램 제목이 거부감을 주는 데다 제목과 지문날인 비판에 주력한 내용이 합치하지 않으며

박정희 전대통령의 생가를 촬영해 삽입한 장면이 부적절했다는 것.

이에 대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열린채널’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시청자의 액세스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는 한편 법적 대응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방송법 규정에 따라 지난해 5월 처음 시행된 ‘열린채널’을 둘러싸고 제작주체인 시민단체와 편성·송출 주체인 KBS의 갈등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방송발전 기금의 제작비를 지원 받아 직접 기획, 제작할 뿐 아니라 일반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공중파 방송을 통해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체.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복잡한 절차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준들로 인해 여러가지 걸림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11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민단체협의회 주체로 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전농과 함께 다큐멘터리 ‘농가부채특별법 그 후, 우리농업의 살길은 무엇인가’를 제작해 지난해 11월 열린채널에 방영했던 남태제 감독은 “프로그램 제작에 50%의 에너지가 든다면 방송신청과 방송과정까지의 절차, 정산 과정에 똑같은 50%의 에너지를 써야할 정도”라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감독은 특히 프로그램 접수 절차와 관련, “방송 비전문인들은 정해진 형식의 프로그램 큐시트와 대본을 요구받을 때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기껏해야 참고자료로나 쓰이게 될 대본과 큐시트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법적 소송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보증보험증권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본질적으로 변형된 심의·검열이라며 이 조항의 폐지를 요구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협의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마리오 감독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협의회가 대부분 KBS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프로그램의 접수와 심사, 선정 등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진행이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또 “진정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라면 일반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 지원해줘야 한다”며 “제작비를 정액제로 지원하고 후반작업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비지원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제작지원에서도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상윤 경남대학교 정치언론학부 교수는 “퍼블릭 엑세스 관련 방송법 제정은 굉장한 발전이긴 하나, 시행에 있어서는 제작 인프라와 편성권의 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방송사,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먼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영화진흥위원회의 출연기금으로 지난 9일 개관한 영상미디어센터가 미디어 교육을 비롯한 각종 사업을 지원해 제작시설과 인력 등의 부재로 시청자 제작참여 프로그램이나 액세스 채널에 소극적이었던 언론·시민단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92호] 6.17 ~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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