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의 시대

[SBS의 'TV 동물농장']


[Copyleft by 교육희망]


솔직히 나는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가지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키우는 개가 더 빨리 죽을 텐데, 키우면서야 여러 정서적인 만족을 얻겠지만, 그 정이란 것이 더 애틋할수록 이별은 더 슬프지 않은가? 결국 슬픈 이별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이별이 더 슬퍼지도록 키우는 건가?

SBS의 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타사에도 속속 동물 오락프로그램들이 생기고 있다. <동물의 세계> 같은 자연 다큐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같은 퀴즈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보보다는 오락이 우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정보보다는 오락’이라는 말은 결국 동물이 탐구할 대상에서 즐길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애완’의 시대인 것이다. 모르는 동물의 습성을 알기보다는 생명체의 사유, 그것과의 관계에 의한 기쁨을 더 갈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물도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 동물원의 동물, 기껏해야 다른 나라 도시에 출몰하는 뱀이나 원숭이들이다. 결코 정글이나 사막이나 고원이나 심해로 들어가지 않는다. 프로그램 만들기도 쉽다.

그런데도 유익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현대인에게 정보는 자기 머리 대신 인터넷에 저장하면 되는 것이고, 오히려 정서가 더 필요할 테니까. 그 정서가 슬픔이라 할지라도!

슬픔이야긴 그만 하자. 우리가 (애완)동물들에게서 얻는 기쁨은 어떤 것인가?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TV속 동물들의 ‘인간과 비슷한’ 희노애락, 권력과 배신, 질투, 집착에 즐거워한다. ‘찌루’의 기품과 ‘뚱이’의 반란, 먹이에 대한 집착과 군기반장에 대한 애교 등, 그 직접적이고 천진한 표정과 반응에 기꺼워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인간들에게(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지친 것은 배신과 질투와 집착 그 자체가 아니라 가식과 위선이다. 강아지들이 부럽다.

안슬기, 서울 동호정보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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