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짓만 골라한 미군, 떠나라!

"이렇게 고생하다 갈거면 차라리 팔다리 다 있을 때 가지…"

6월6일 오후 12시25분, 결국 유명을 달리한 전동록 씨의 주검 앞에서 부인 이명화 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고인이 2만2천9백 볼트 미군고압선에 감전돼 팔 다리를 모
두 절단하는 큰 수술을 한 지 열 달만의 일이었다.

사고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파주시 미군 제2사단 공병대대 후문 옆 공장의 증축현장에서 일어났다. 전 씨는 당시 5.5미터 높이의 지붕 위에서 지붕철판을 얹는 작업을 하던 중 감전사고를 당했다. 공사현장에서 채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미군부대로 들어가는 고압선이 흐르고 있었던 것. 생명을 위협하는 고압선, 게다가 피복도 입히지 않은 전선이었다.

고인은 사지를 절단하고,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어가고 있었다. 치료비만도 몇 천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미군의 반응은 어처구니없었다. 그들이 내놓은 것은 위로금 60만원과 배상서류가 전부였다. "공사를 해야 하니 고압선을 치워달라"고 몇 차례나 요구했지만 "미국 규정에 문제가 없으니 당신들 마음대로 하라"며 수수방관하던 그들이었다. 게다가 미군쪽은 사고 뒤 재발방지를 위해 고압선을 철거하거나 높여달라는 요구마저 묵살했다. 오히려 "워낙 전압이 높아 피복을 입히나 안 입히나 똑같다"는 거짓말만 되풀이했다.

전 씨의 불행은 눈을 감은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 6월1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제는 경찰의 방패에 저지됐다. 아들 전민수 씨의 절규에도, 부인의 울음에도 그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월드컵 한미전이 열리던 그 날, 붉은 옷을 입은 응원단과 검은 옷을 입은 경찰이 진을 치고 있던 광화문에 추모행렬은 단 한발도 내딛지 못한 채 일산에서 노제를 지내야 했다. 정부와 언론이 "반미감정은 안 된다"고 호들갑을 떨던 그 날, '세계인의 축제'를 위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자는 또 한번 억울함을 감수해야 했다.

"주한미군이 떠나는 날 까지, 고개 숙여 사죄할 때까지 저 또한 투쟁하겠습니다."
전민수 씨는 유족인사를 이렇게 끝맺었다. 짓누를수록, 가로막을수록 더 많은 적을 만들뿐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미군은 모르는 걸까.

이승철 keeprun@nodong.org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