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비정규직 관련 검토안 뜯어보니

[비정규직 관련 노사정위 검토안] 일부내용 진전에도 대폭 수술해야 기간제고용 규제강화·파견근로 직접고용 간주 마땅 "사회쟁점화·하반기 법개정·대선공약화 적극 나서야"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열린 '중산층 육성 및 서민생활 향상 관계장관회의'에서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 보호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노사정위의 비정규직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6일의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에 관한 노사정 1차 합의문'에서 드러났듯 자본쪽의 논리에 밀려 보호방안보다는 노동유연화에 초점이 맞춰 합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노사정위 비정규직 논의 어찌 돼가나
노사정위가 비정규직 관련 논의에 들어간 뒤 첫 '성과물'은 지난 5월6일 마련된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에 관한 노사정 1차 합의문'이다. 하지만 1년에 걸친 논의 끝에 만들어낸 내용치고는 그 수준이 매우 미흡해 "합의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그 가운데서도 비정규직의 범주를 절반으로 줄인 점과 실질적인 비정규직 보호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 비정규직 특위는 최근 1분과(기간제근로, 파견근로, 단시간근로)와 2분과(특수형태근로)에서 논의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이는 '의제설정' 수준의 작업이지만 실제로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익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27일 기간제·파견제 노동자에 대한 의안이 제출됐고, 6월3일에는 특수고용직 관련 토론안이 작성됐다. 이 토론안은 6월중순께 열리는 비정규직 특위 워크숍 주요의제로 채택돼 일차 검토를 거치며, 여기서 걸러진 내용을 중심으로 6월말께 노사정위 합의를 시도하게 된다.

분과별 토론안 내용과 문제점

현재 제출된 '토론안'은 긍정적인 내용을 몇 가지 담고 있다. 특히 1분과 공익안 가운데 △기간제 사용목적에 대한 규제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규정 △사용자의 일방적 근로관계 종료 규제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들 내용은 여전히 허점을 안고 있다.

기간제 사용목적에 대한 규제는 가장 획기적인 안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어떻게 규제할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과 민변은 사용목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제한적 열거 규정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재계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역기능을 초래한다"며 제한을 없애자거나 타협안으로 '정당한 이유'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라는 식으로 포괄적 규제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간제 고용이 2년 이상 지속된 경우, 사용자가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근로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정안은 '2년이 되기 전에는 사용자 마음대로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따르자면 근로자파견법 때문에 2년마다 주기적인 해고가 저질러지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낳게 될 우려가 크다. 나아가 기간제를 고착화하고 정규직을 기간제로 대체할 위험이 있다.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역시 당연한 조치로 여겨지지만 '명문화'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에서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나 벌칙 규정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안은 또한 파견근로와 관련해 △용역·도급 등의 형태를 띤 불법파견 처벌강화 △중간착취 규제방안 마련 △재파견 시점까지 휴업수당 지불 △노사가 참여하는 별도기구에서 허용업종을 정하는 방안 △2년 뒤에도 사용관계를 지속하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년 뒤에는 동종업무에 파견근로를 계속 쓰지 못하도록 입법하는 방안 △사용사업주에 대한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과 근로자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는 현실에 비춰 실제로 규제하기가 어렵고, 직접고용관계로 간주해야만 규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과 민변은 이와 관련해 파견법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사용자'를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주노총 어떻게 대응하나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 이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 "노사정위의 입법 논의가 일부 내용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비정규직 확산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노사정위 논의에 대한 대응투쟁 조직 △민주노총의 기본권 보장입법 요구 공론화 △하반기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전면투쟁 준비 등의 지침을 시달했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사업을 맡은 김진억 조직국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정위에서만 논의되고 합의될 게 아니라 전면적인 사회쟁점화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하반기 전면적인 법개정 투쟁과 대선공약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근 lsk530@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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