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6.13선거 분석 및 평가,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선거평가와 과제

노회찬/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자고 일어나 보니 민주노동당은 하루아침에 제3당이 되어 있었다. 6.13 지방선거 정당투표에서 1백34만 표를 얻어 8.1%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광역단체장 선거 전국 유효투표 수의 4.7%를 얻은 것이다.

지난 5월의 제2차 중앙위원회는 이번 선거의 목표를 △광역단체장 당선 △광역단체장 득표 2%달성 △정당투표 5%달성으로 확정하고 이 중에서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목표를 실현할 것을 결의했다. 외견상으로 볼 때 우리는 세가지 목표 중 두가지를 달성함으로써 만족스런 결과를 쟁취했다.

그 중에서 정당투표의 결과는 당의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고, 사회적 발언권을 신장시켜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거둔 최대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당투표제의 도입이 민주노동당의 위헌제청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이뤄졌으며, 정당투표의 득표율 제고를 위해 다소 무리해 보이는 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내고, 전국 16개 광역의회에 모두 비례대표를 출마시켰으며, 막대한 재원을 정당투표 홍보에 투입한 결과로서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목적의식적이며 과학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당활동의 새로운 경지를 이뤄낸 의의가 있는 것이다.

득표 결과에 가려져 있지만 6.13지방선거에 2백18명이 출마한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이다. 대선과 8.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담스런 시점에서 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비롯하여 2백18명이라는 대규모 선거참여가 가능했던 것은 당락을 떠나서 지방권력을 장악해 들어가는 장기적인 노력에 대한 공감대가 컸기 때문이다.

동시에 4.13총선 패배 이후 분회, 지구당, 지부로 이어지는 당조직 체계의 정립과 강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2백18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도 정치세력화의 방향성과 관련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의 패배는 이번 선거를 절반의 승리에 머물게 했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패배의 요인은 선거전략 기조상의 문제와 함께 대권경쟁구도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바닥까지 침투한 데에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할 문제는 지지율의 초기격차를 안이하게 받아들인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나라를 좌지우지한 지배계급으로부터 16개 지방권력 중의 하나를 쟁탈하는 생사를 건 싸움이라는 인식이 일관되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울산패배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6개월 앞둔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정치적 성격은 여러 면에서 우리를 괴롭혔다. 서울과 경기도는 이 요인의 대표적인 피해지역이었다. 또 기초의원 1백8명 출마에 31명 당선이라는 성과를 보인데 반해 광역의원에서 91명 출마에 11명(그 중 9명이 비례대표) 당선으로 그친 것도 마찬가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제 선거는 특수한 시기의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활동의 한 부분이다는 점에서 볼 때 득표 결과와 다른 차원의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당의 이념과 정책을 대중적으로 재가공하는 문제, 지구당의 일상활동방식, 당 정책 홍보방식의 전면적인 쇄신, 선거후보로 나갈 대중정치인을 일상적으로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육성해내는 사업, 후보 자격 검증, 선출방식, 중앙위 인준방식 상의 개선, 저비용 고효율의 과학적 선거운동과 이를 위한 인적, 물적 준비 등 많은 측면에서 관성을 과감히 탈피하고 갱생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6.13지방선거는 우리에게 특히 소중한 자신감을 안겨주었지만 갈 길은 너무 멀고 극복해야 할 문제는 더욱 많이 남아 있다. 당분간 자만은 우리에게 최대의 적이 될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 92호] 6.17 ~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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