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후 파업, 불법 단정 못해
수원지법, 불법파업 주동 혐의 가스노조 간부에 무죄 판결
지난 2월 25일 철도·발전노조와 함께 파업에 돌입해 서울대 노천극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스노조 조합원들.
지난 5월 7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직권중재 기간 중 파업에 돌입해 불법파업 주동 혐의로 구속된 한국가스안전공사노조(위원장 김준석) 박상욱 전 위원장 등 6명의 노조간부 전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가스노조의 파업은 방법, 목적, 절차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한 정당한 파업”이라며 무죄를 선고하고 “조정기간은 분쟁을 사전 조정해 쟁의발생을 막으려는데 기본취지가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게 아닌 만큼 ‘직권중재 회부 시 쟁의행위 금지조항’을 어겼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필수공익사업장 사측이 관행적으로 직권중재조항을 악용해 고의로 교섭을 회피하면서 이로 인해 벌어지는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는 노조간부 대량 구속과 징계, 민주노조 파괴를 시도해온 것에 일침을 가한 것이어서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직권중재 조항은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악법 중에 악법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62조와 63조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노사간 단체교섭이 결렬되어 노조가 쟁의절차에 돌입할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 15일간은 어떠한 쟁의행위도 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내에 중재안이 나오면 노조는 무조건 중재안을 따라야 하며 혹 중재안이 법에 어긋나거나 명백한 월권 행위라 하더라도 재심신청 또는 행정소송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을 뿐 쟁의행위는 할 수 없다.
이미 직권중재 조항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이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중재 회부결정 규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 바 있고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당시 행정법원은 “직권중재에 회부함으로써 15일간 및 중재 재정 이후의 기간 동안 어떠한 쟁의행위도 못하게 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25일 가스노조와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던 철도와 발전 노조 역시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돼 모두 불법파업으로 내몰렸으며 최근엔 파업을 전개 중인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노조들이 직권중재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폐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직권중재에 해당되는 필수공익사업에는 철도, 방송, 통신, 수도, 전기, 가스, 공중위생, 의료, 석유정제, 석유공급, 은행, 조폐사업 등이 있다.
지난해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전개된 직후부터는 정부가 항공산업까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려다 노동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으며, 지금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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