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정책]언론권력 빌붙은 지식인 여론 좌우

토론회 "탈냉전시대 한국이 시민사회와 지식인"

▲ 지난 11일 국가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탈냉전시대 한국의 시민사회와 지식인" 토론회.

윤재설 dllp21@kdlpnews.org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난 12일과 13일 정년퇴임을 앞둔 연세대 사회학과 송복 교수의 11일 마지막 강의시간에 송 교수의 수구신문 기고활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연세대 학생들을 ‘철부지’ 취급하며 꾸짖는 기사와 사설을 이틀 연이어 내보냈다.

친일경력을 갖고 있는 <동아일보>는 5월 29일과 6월 4일 “친일은 없다”고 주장한 소설가 복거일씨의 논문요약과 인터뷰를 크게 실은 바 있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참여사회연구소와 한국사회연구회 공동주최로 열린 ‘탈냉전시대 한국의 시민사회와 지식인’ 토론회에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동아일보>의 예를 들며 “지식인은 권력권에 접근하기 위해 언론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언론은 자신의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정당화해주는 지식인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식인과 언론의 유착을 통해 언론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지식인을 길들이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가차없이 용도 폐기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정치학)는 2001년 한해동안 7개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한 필자 7백50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기고자의 60.1%가 교수로 언론을 통해 활동하는 ‘지식인’은 사실상 교수집단이며 서울대 출신(53.7%), 미국유학(51%), 영남출신(38.8%)의 비중이 높았다. <조선일보>는 고연령, 영남 중심, <한겨레>는 높은 국내학위자 비율, 고른 출신지역 분포, <경향신문>은 젊은 연령층, <대한매일>은 다양한 학력배경, 높은 전라도 출신 기고자 등으로 신문사별로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났다.

김 교수는 “한국만큼 언론매체에 교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문 것”은 “교수들이 언론 주장의 정당화에 훨씬 더 권위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한국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에 지식인들의 참여가 활발한 만큼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의 상당 부분이 지식인 자신들에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지식인을 동원해 사회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고, 지식인은 언론의 독점적 지위와 카르텔을 형성해 지식권력을 누리면서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시민운동, 언론개혁, 햇볕정책 등 지난해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을 주제로 한 지식인의 언론기고 활동에 대한 분석에서 나타났다.

홍일표(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씨는 지난해 7개 일간지에 실린 ‘시민운동 비판’ 기사, 사설, 칼럼 분석을 통해 “한국 시민운동에 쏟아진 비판은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하면서 강한 어조로, 그리고 새로운 내용과 주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경실련의 정부투자기관 후원금 요청, 낙선운동 유죄판결, 소액주주운동 비판, 이석연 경실련 당시 사무총장의 시민운동 비판 등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칼럼은 시민운동의 ‘불법성’, ‘초법성’, ‘반시장적 급진성’에 대한 비판, 정책능력에 대한 의문, ‘비전@한국’과 같은 지식인 그룹에 대한 적극적인 보도 등을 특색으로 한다는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반응을 분석한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정치학 박사)은 “언론의 통제필요성을 느낀 정권이 주도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 권언유착은 언론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주도하며 언론비판에 나약한 면을 보이는 정치권과 재계가 끌려가는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판적인 지식인으로서의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설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갑식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7개 중앙일간지에 등장한 햇볕정책 관련 글 2백53개를 분석했는데 햇볕론 38.7%, 절충론 35.2%, 강풍론(햇볕정책 반대론) 26.1%인 것으로 나타났다.
햇볕론은 <한겨레> 89%, <경향> 70%, <대한매일> 67%, <한국> 62% 순으로 많았고 강풍론은 <조선> 63%, <동아> 55%, <중앙> 26% 순으로 게재됐다.

김 연구원은 “지식인들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선입견에 매몰되어 일방적 강변으로 일관한 것과 이러한 강변이 정치적 균열과 결합되면서 증폭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동춘 교수 지적대로 “자본이 출판과 미디어를 지배하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미디어(언론)에 기대어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지적 생산물을 만들어 내지 않을 수 없게“ 된 오늘날 지식인의 현실은 칼럼 한 편에 1백여만원을 주는 ‘조·중·동’에서 발견되고 있다.
[ 92호] 6.17 ~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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