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복지 성격논쟁을 보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보완하는 정책적 패키지 - 생산적 복지
이승헌(민중복지연대 사무국장)
6.14(금) 8:00,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그 시각, 갈월동 민중복지연대 사무실에서는 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복지 성격 논쟁'에 대한 포럼이 열렸다. '한국 사회복지 성격 논쟁' 이란 김대중 정부가 '생산적 복지' 정책에 대해 그 성격이 '신자유주의적' 이냐, 아니냐를 놓고 최근 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으로, 김연명 교수가 한국 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DJ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에 대해 조영훈 교수가 사회복지와 노동에서 "현 정부 복지정책의 성격 : 신자유주의를 넘었나?"라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쟁이다.
첫 번째 발제는 남구현 교수(한신대 사회복지학, 민중복지연대 회원)가 맡았다.
남구현 교수는 먼저 신자유주의의 개념에 대해 사적소유에 기초한 시장 메카니즘과 최소한의 정부를 신조로 한 고전적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되었다고 보았다. 자유와 경쟁을 기초로 하지만 20세기 중반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했던 시장에 대한 사회 정책적 개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론을 지칭하는 신자유주의와 1970년대 이후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와 맞물려 사회적 시장경제론에 대한 반동으로서 등장하여 고전적 자유주의를 다시 축적전략으로 채택하고, 이를 세계적 차원에서 확장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로 구분하였다.
한국 사회에서는 문민정부이래 국민의 정부까지 후자의 흐름에 맞추기 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들이 진행되었으며, 생산적 복지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들에 대한 대체물(적어도 사회적 시장경제론 같은)이 아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보완물'로서 등장한 것임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이었지만 국가복지를 확대했기에 복지에 있어서는 신자유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정리해고를 받아들여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고용을 창출할 것인가(고용창출론-시장만능론) 아니면 사회적 안전망의 창출에 정책의 중심을 둘 것인가(사회적 안전망론)의 논쟁이 있었던 것을 상기시키고, 이는 양자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지금의 생산적 복지는 이러한 고용창출론(시장만능론-생산적)과 맹목적 사회적 안전망론(복지)의 불안정한 동거에 불과하며, 현재는 고용창출론(시장만능론-생산적)에 중심이 가 있는 것이라 지적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치 경제위기가 극복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어 그 성과로 생산적 복지를 도입하는 것처럼 주장되지만, 사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 증폭된 모순을 자본의 생산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땜질하는 것이 바로 '생산적 복지'의 실체라고 하였다.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종건 회원(중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민복연 회원)은 한국 사회복지 성격 논쟁의 현황을 유형에 따라 소개한 후, 이들 논쟁들이 연구 방법론에서는 제도주의적 접근에 치우치고 있으며, 상위수준의 결정요인을 구체적 현실에 억지로 적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이 복지국가이냐 아니냐는 제도적 수준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며, 사회복지학의 영역에서 인정되는 연구주제와 인접 거시사회과학의 접근방법이 충돌하는 점, 논쟁을 통해 실천적 의미를 찾으려는 의도가 포착되지 않는 점을 들어 본질적 논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어 김종건 회원은 이 논쟁에 대한 실천적 함의로서 첫째, 민중복지의 관점에서 이 논쟁을 바라볼 것을 제기하면서, 국가책임강화가 공적영역의 확대로 인식되는 한국 사회복지의 현실에서 국가의 본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더불어 새로운 실천전략(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투쟁전략을 포함한)의 필요함을 제기하였다. 둘째, 생산적 복지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재원, 인력, 프로그램이 결합된 정책 패키지로서 이에 대한 노동자·민중진영의 대안 창출의 시급함을 지적하였다. 셋째, 일국의 복지개혁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노동시장정책, 복지개혁 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였다.
이 날 포럼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남구현 교수의 발제를 통해 '신자유주의와 생산적 복지의 실체'에 대해, 김종건 회원의 발제를 통해서는 '생산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의 내용과 그 한계 그리고 노동자 민중 진영의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고 할 수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관철되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파탄 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적 복지'의 성격을 그 제도 자체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노동정책, 노사관계, 복지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오히려 제도 자체의 성격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보완하는 정책적 패키지로서의 생산적 복지에 대한 노동자·민중 진영의 실천적 대응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 이 날 포럼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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