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기(노동자의 힘 회원)
노사정위 '비정규직 특위', 뭘 합의하고 있나.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는 지난 5월6일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에 관한 노사정 1차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크게 ① 비정규노동자의 범위와 통계 개선 ② 근로감독 강화 ③ 사회보험 적용 확대 및 복지 확충 등 3가지에 대한 것인데,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매우 부실하고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장기계약직 노동자를 비정규직 노동자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비정규직 규모 축소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심각성이 매우 크다.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의 범위와 통계를 개선한다고 하면서 고용 형태에 따른 비정규직과 근로조건에 따른 취약노동자를 분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비정규직이 아닌 취약노동자가 존재하는 것인 양 사실을 왜곡하여 취약노동자라는 허구적인 범주를 만들어 냄으로써 비정규직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감독 행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노사정이 참여하는 기구를 설치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처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이것은 산적해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마치 근로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일 뿐 근로감독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인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방기하고 외면하려는 기만적인 술책에 다름 아니다.
사회보험제도의 적용 확대 방안 또한 마찬가지로 문제의 본질을 비켜나가고자 하는 기만책이다.
이와 같은 비정규직특위의 이번 합의안의 내용은 일용직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에게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는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을 완전 적용하는 혜택을 베푸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동안 죽음을 각오한 투쟁을 전개해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노사정 합의라는 미명 아래 생색을 내며 내놓고 있는 개선책이라는 것이 고작 이러한 것들이다.
2차 합의?
여기서 나아가서 비정규특위는 6월 중으로 비정규직 특성별(기간제, 단시간, 파견, 특수고용)로 보호 방안을 마련하여 2차 합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고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의 관철 작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제도적 통제 장치와 틀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미 비정규특위에서는 당연하게 인정되어야 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제한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계약직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려는 개악안도 논의 중이고, 게다가 근로자파견제도 또한 현대판 노예제도에 걸맞게 확대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지난 5월 6일의 1차 합의안은 이러한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을 위한 전초전인 것인바, 그 최종적 결과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나는 고통이 넘쳐
나는 현실에 대해 법은 침묵과 외면을 넘어서서 착취의 정당화 도구가 되는 것일 터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진영 내 투쟁 동력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노사정위원회를 매개로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직 문제를 왜곡하고 호도하며 기만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2000년에 경제사회소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요구에 대한 봉합·지연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었고, 현재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비정규직특위의 전제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전제로 인정한 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에 대한 일정한 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5월6일에 발표한 비정규특위 합의안은 비록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정위원회 차원의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실용적으로 의견 접근이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합의안을 발표한 성격이 짙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 비정규직 개념에서 장기계약직 노동자를 취약근로자라는 허울을 씌워 제외함으로써 비정규직노동자 규모를 축소하고, 둘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노사정 합의' 자체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이 그것이다. 저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제도화하는 입법안들의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도와 획책에 지금 당장 파열구를 내지 않으면 향후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너무나도 '정당한' 고용형태로 인정되고 마침내는 정규직 고용형태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맞서 목숨을 걸고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하여 노사정 합의라는 기만적인 외피를 쓰고 획책되고 있는 정권과 자본의 술수에 대응하여 올바른 투쟁 방향이 정립되어야 할 것인바,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노동의 불안정화)를 위한 비정규직 활용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사정위원회의 본질을 폭로하고 노사정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그 하나하나의 내용에 있어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논의 구도는 철저하게 정권과 자본의 의도대로 형성해 가고 있다는 면에서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제도화하려는 논의 구도 자체에 대한 반대를 일구어 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 자체의 해체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운동 내부에서 부분적인 개선안에 집착하는 나머지 비정규직 사용을 제도화하려는 전체 구도에 대해서는 조응해 가고자 하는 개량주의 흐름은 필연적으로 비정규특위의 논의에 포섭되어지게 된다. 이런 흐름들에 맞서 노동운동 진영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동의 지반을 확대시켜 나가는 데서도 노사정위원회의 해체 요구는 우리 운동 진영 내에서 올바른 입장의 관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아가 노사정위원회 해체와 더불어 비정규직 철폐·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투쟁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올 하반기와 내년 이후의 대중적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한하려는 모든 기만적 논의를 투쟁으로써 저지해 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와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위한 투쟁은 결코 멈추어질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공룡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매진해야 할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