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야기]버스 노동자의 현실과 과제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회사와 승객에게 비난받고 급하게 하면 딱지 떼이고...

김명식(한국노총 전국자동차연맹 버스노조 조합원)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이하 전자련)은 사용자측과의 올 임금교섭에서 7.6%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전자련은 버스사업장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벗어나 공익사업장이 되어 파업을 할 수 있다면서 실제 합의수준의 2배정도의 12.7% 임금인상을 내세웠었다.
전자련에서는 이상하게도 버스요금인상을 앞두고 임금인상 투쟁으로 파업까지 한다 하고는 극적(?)으로 타협을 한다. 이는 언론에 의해 대대적인 선전이 된다. (이는 임금지급이 힘들다는 경영상 문제를 여론화하여 정부의 보조금을 더욱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버스요금 인상과 연결된 버스노동자의 임금인상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매년 떨어져 생활임금으로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 인상이 되는데 반해 버스자본가에게는 대단한 잉여가치를 안겨준다. 예를 들어 600원에서 700원으로 오르면 17%의 인상효과가 있는데, 버스노동자에게 7.6%의 임금을 인상해준다고 버스 자본가가 9.4%(약54원 정도)의 요금 인상 가치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버스요금이 700원으로 오르면 그 중 임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약25%(약 200원)에 불과하므로 결국 임금이 차지하는 부분 약 200원에서 7.6% 임금인상할 경우 버스이용자 1명당 요금 인상액 100원 중 버스노동자에게 약 15원이 가고 버스자본가가 약 85원을 챙겨 가는 것이다.
또한 입사 3개월 미만자에게 상여금이 나오지 않던 것이 '입사 6개월 미만자에게는 상여금을 주지 않는다'는 합의 조항으로 비정규직의 확대가 예상된다. 버스업체마다 다르지만 버스노동자 중에서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의 비율은 약 10%에서 많게는 30% 정도가 된다.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대부분 1년 계약직)가 가지고 가는 상여금은 기본급 600%에서 절반인 300% 밖에는 되지 않는다. 버스노동자 약70% 정도가 정규직이지만 향후 비정규직 위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또, 서울에서는 80여 개 버스사업장이 60여 개로 병합되었고 향후 30여 개로 줄이려는 방침이 나와 있어 정리해고, 고용조건의 개악이 예상된다.
버스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휴일근무, 년 월차 사용 규제, 임금계산 항목 미지급(근로외 수당, 교육수당 등), 차량사고 운전자 부담, 운행질서 명목 개인 과태료, 부당인사, 변형근로제 실행 등이다. 이런 현안 문제가 과거부터 오랜 기간 축적되어 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앞장서야 할 각 운수업체 노조 지부 집행부는 소위 제2의 노무과라고 지칭될 정도이고 현장조직이 존재하는 현장은 몇 개 사업장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현장활동가들은 노동현장에서 동료 노동자들과 같이 하고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버스노동자에게 유행병처럼 퍼져있는 노조 지부장 선거중심 활동이 아니고 현장노동자의 바램을 담는 새로운 버스노동자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조건과 노동자 계급의 정치력을 겸비한 조직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각 사업장별로 개별현장의 문제 극복에만 목표를 두지 말고 전국적 버스노동자 연대 활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버스 노동현장마다 활발히 활동할 조합원들이 있다. 이 동지들을 전국버스 연대조직으로 조직해야 한다. 어용노조의 역사 속에서 연대조직은 처음 시도지만 높은 이직률과 비정규직 확대라는 현실은 이를 더욱 필요로 하고 실천 가능하게 한다. 현재 울산, 대전에서의 민주버스와 산하 조직강화위원회, 전국버스노동조합민주화추진위원회, 개혁연대, 버스일터 등이 활동하고 있다. 서로간의 의견차이가 존재하고 각 조직이 아직 현장사업과 거리는 있지만 현장 위주의 실천적 사업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해 나가면서 전국버스현장노동자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철도, 지하철, 도시철도에도 현장노동자 연대조직이 생겨나서 연대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을 시작으로 철도, 지하철, 도시철도, 항공, 항해, 화물, 택시, 버스 등의 현장 노동자가 결집하여 연대하는 전국 운송현장노동자연대조직이 건설될 수 있다. 버스 노동자들이 이 연대조직의 주체로 나서자!



[버스 노동자의 현실]

시내버스기사는 오전조, 오후조 2교대로 오전조가 되면 새벽 3,4시에는 잠에서 깨어나서 대충 세수하고 출근해서 이른 아침식사를 한다. 오후조는 오전 11시에서 오후3시사이 교대할 수 있게 출근해서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1, 2시 정도에 퇴근한다. 새벽 출근할 때와 한밤중 퇴근할 때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없어 차고지와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살거나 오토바이, 고물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시내버스의 첫차는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한다. 첫차에는 건설 현장에 막노동하러 나가는 아저씨, 식당 음식재료를 사가는 아주머니, 일찍 학교에 가는 학생 등 주로 탄다.
이 시간에는 항상 보는 얼굴이 있어 아주 반갑게 인사도 하면서 막히지 않는 새벽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다가 출근시간이 되면서 도로가 막히고 승객이 많아 "더 들어가 주세요, 잘 잡으세요, 다음 차를 이용해주세요." 말하랴, 잔돈 거슬러 주랴, 안내방송 하랴, 방향 지시등 켜랴, 승객 묻는 말에 대답하랴, 승객안전에 신경 쓰랴, 정말 중요한 운전하랴 손발이 바쁘다.
힘든 출퇴근시간이 지나가면 운행하기가 조금 나아져도 시내도로 교통사정이 나빠 배차간격을 지키려고 급하게 운행하다보면 신호위반, 운행질서 위반, 교통사고로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제대로 가져가는 기사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운행차량 숫자를 늘리지 않고 한 바퀴라도 더 돌려 수익금을 늘리려는 회사는 앞차와 뒷차의 시간 간격인 배차시간을 빠듯하게 주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다시 출발해야 할 정도다. 식사도 5분, 10분만에 급하게 먹어 위장병 걸린 기사도 많다. 식사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버스가 좀 늦어지면 승객들이 버스에 타면서 "이 버스는 아예 운행하지 말아라, 이 버스 기다리다 약속시간 다 어겼다" 등 욕을 한마디씩 한다. 회사에서도 배차시간 지키지 않는다고 시말서까지 쓰게 한다. 밥이라도 먹으려면 기사들은 급하게 운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운행하다보면 교통사고와 승객이 차내에서 다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처리를 해주어야 할 회사는 운전기사에게 부담을 지우려 하고 이를 거부하는 기사에게는 시말서는 물론 퇴사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회사와 승객에게 비난받고 급하게 하면 딱지(?)떼거나 사진 찍혀 구청에서 개인 과태료 나오고……. 게다가 앞 뒤차 기사간 운행 때문에 "빨리 가서 간격이 벌어져 뒤차인 내가 힘들다. 늦게 가서 나까지 휴식시간, 식사시간이 없다. 운전을 그 따위로 하지 마라" 등 싸우기가 일쑤다.
운전기사가 부족하다고 항상 기사 구함이란 광고를 버스에 달고 다니면서도 정규 정원에서 20% 정도 적게 유지해서 일주일에 한번 휴일에 쉬어야하지만 휴일근무를 해야하고 한 달에 두 번 휴일이 있을까 말까 년 월차는 회사에 눈치 보여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밖에서 보는 것은 어떤지 모르지만 시내버스기사로 생활하기가 힘들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잠시 거쳐가는 직장이다, 다른 일 해야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생활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사해도 회사만 바뀔 뿐이지 버스기사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배운 것이 운전뿐이라 한번 기사는 영원한 기사인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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