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제공 : http://www.3co.co.kr/]
지난해 4월. 문화관광부는 만화계 주요단체 인사들을 초청, 신설되는 문화콘텐츠진흥과(이하 콘텐츠진흥과)에 출판만화 관련 업무를 이관할 계획이라 밝히고 조언을 구했다(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필자도 말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출판진흥과에 속해 있던 '만화'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루는 콘텐츠진흥과로 넘기려는 발상은 특별한 감흥을 줄만한 것이 없었다. 한해 만화관련 정부예산이 정확히 3억2천만 원에 불과했던 시점에서 정부와 '만화'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든다는 것이 꼴사나웠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판진흥과든 콘텐츠진흥과든 우리는 별 상관없다. 진흥을 하던 말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청소년보호법에, 각종 규제와 심의에 못살겠다. 제발 만화가들 자유롭게 작업 좀 할 수 있게 내버려달라. 그게 최고의 진흥책이다."
떨떠름해 하는 문화산업국장을 뒤로하고 나오면서 '초면에 실례가 많았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뭐 어쩌겠나 이게 현실인걸...
그로부터 한달 뒤 콘텐츠진흥과가 생겼고, 또 1년이 지났다. 의욕적으로 출발한 콘텐츠진흥과는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한국공동관을 개설하고 만화의 날 기념식을 지원하는 등 만화관련 정부예산을 대폭 늘렸고, 김종래, 고우영 선생에게 훈/포상을 수상하게 하는 등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다. 올해 들어서는 문화산업기금 50억을 만화잡지창간과 만화전문서점 창업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해외진출지원과 더불어 30주년을 맞이한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한국만화특별전을 개최한다는 야심찬 구상도 내놨다. 게다가 오는 10월말에는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과 만화의 날, 출판만화대상, 만화가협회의 한국만화특별전, 우리만화연대의 10주년 기념전 등을 한데 묶는 '만화주간'을 선포할 계획이어서 바야흐로 한국만화계는 압도적인 중흥 기를 맞은 듯 보인다. 부서 변경이 유효 적절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고무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만화시장은 점점 더 죽거나 혹은 나빠지고 있다. 지난 한달 새 잡지 두 종이 폐간됐고 한동안 잘나가던 온라인 만화사이트들은 거품이 빠지자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연재할 곳을 찾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원고료는 15년째 동결상태다.
문화방송의 대박 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은 '만화는 책이 아니다'식의 방송을 내보내 언론 중재위원회에까지 가는 물의를 일으켰고, 여전히 대다수의 독자들은 대여점으로 만화 빌리러 간다(혹시 대여점 문제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팁 : 만화를 빌려보시게 되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이 전혀 없게 됩니다).
만화에 대해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과분한 지원이 있더라도 그것이 작가의 안정적인 작업기반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이바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만 될 뿐이다. 현재 정부의 지원책들은 이벤트 성 행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이 절실한 것이 만화계다.
콘텐츠진흥과 용호성 사무관 역시 이점에 동의하며 '한국만화산업발전중장기종합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발표될 이 계획에는 저작권과 유통 등 그동안 손댈 수 없었던 만화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과감한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고 한다. 얼마나 실속 있을지 당분간 지켜볼 일이다.
지루한 법정 공방을 계속하던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청소년판은 고등법원에서마저 무죄판결을 받아 사실상 무혐의가 확정됐고, 검찰에 의해 기소된 스포츠신문연재작가들도 올해 2월 헌법재판부의 위헌 판결로 길고 까마득한 터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유해매체 출판물의 7∼80%가 만화인 점은 바뀌지 않고 있다.
김병수(만화가, 우리만화연대 회원) gagcom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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