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 앞. 5월22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의 파업이 한 달을 채워가고 있었다. 이날 열린 파업집회는 여느 때와는 달랐다. 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2002 승리 금속노조 투쟁단' 2천여명이 집회에 함께 한 것. 투쟁단이 멀리 창원까지 내려온 이유는 두산중공업이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가운데 '악질사업장'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장과 달리 두산중공업이 이렇게 '악질'로 분류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공기업이던 한국중공업을 두산재벌이 인수한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두산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직후 1천2백명을 해고했고, 빈자리는 비정규직 리스사원과 파견근로로 채웠다. 지회는 더 이상의 해고를 막기 위해 지난 한해 8개월 넘게 사측과 맞서야 했다.
사유화 뒤 대량해고사태와 파업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 올해 노사관계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측에서 아예 교섭자체를 거부하고 나온 것. 회사쪽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이미 집단교섭에 합의해놓고도 올해 3월부터 시작된 10여 차례의 교섭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나마 응하긴 했지만 교섭과 동시에 조합원을 징계하고 고소고발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기업 사유화가 적극 추진되면서 공공성 후퇴와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교묘한 노조탄압이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유화 직후부터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노동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노조와 조합원을 분리하기 위한 이념공세를 강화한다. 어렵게 맺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이행함으로써 노조의 힘을 빼고,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에 금을 가게하고 있다. 나아가 한편으론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장기투쟁을 유도해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등 노조활동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두산중공업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안양과 부천지역 지역난방공사를 인수한 엘지파워도 그런 곳 중의 하나. 노조 유창훈 사무처장은 사유화 뒤 회사쪽의 의도적인 노조배제정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 시절 맺었던 단체협약은 아예 인정을 하려 들지도 않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힘들게 문제제기하고 싸워야 조금씩 내주고 있다"고 유 처장은 전했다. 그는 이를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회사는 특히 "공기업 시절의 썩어빠진 정신을 버리라"는 말로 과거 노조활동의 성과마저 공기업 시절의 '썩어빠진 정신'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자본의 논리를 주입하기 위한 '공작'은 사유화가 예고된 순간부터 치밀히 준비되고 있다. 최근 발전노조 파업을 거치며 확인 된 산업자원부의 '발전노조 파업 종식 및 향후 대책'이라는 문건은 이를 보여준다. 사유화 이전부터 노조를 무너뜨려 대량해고,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치닫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사업을 맡고 있는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일본철도의 사영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와 자본은 민주적인 노동운동세력을 제거하고 노조를 말살하는 것도 사영화 정책의 핵심목표로 사고하고 있다"며 "한국의 노동운동도 사영화 이후 노조탄압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근 lsk530@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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