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와 월드컵 그리고 파업과 선거

뻘건색 옷에 "짜짜작 짝짝 대~한민국 오~오~ 필승 코리아" 응원 소리에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일어나라 코리아'가 떠오르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일까?

강성신(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벌써 한낮 날씨가 찜통 무더위이다. 며칠 전 둘째 아이의 첫 돌을 치르고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날씨도 덥고 해서 며칠 전 일이 고마워 음료수를 하나씩 돌리는데, 어느 분이 "뭐냐?" 하시길래 마땅한 이유를 말하기 곤란해 "월요일부터 다시 파업을 시작하는데 열심히 도와달라"고 주는 뇌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음료수가 공교롭게도 월드컵 행사가 커다랗게 찍혀있는 세계적인 깡통 음료수였다.
요즘 일터는 온통 신자유주의 세계 최고의 이벤트, 제3세계 어린 노동자가 저임금에 장시간 피와 눈물로 만든 착취의 산물, 공 하나가 다물단 교육보다 더 심각한 민족주의 파시즘을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월드컵에 미쳐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고 나서부터는 일터는 기초질서도 없다. 쉬는 시간도 아닌데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며 스포츠 신문을 보며 누가, 어느 나라가 어떠니 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도 않는다. 우리의 요구도, 투쟁도, 선거도 아무런 의미도 관심도 없다. 한가지 현장통제만큼은 확실히 깨부순 것 같아 보인다. 우리 스스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그렇게 길들어지고 길들어져 가고 있다.

지난 6월 14일 현대자동차 파업지침은 주간조 13시부터 파업, 야간조는 새벽 2시까지 파업 후 출근하여 정상조업 하는 것이었다. 16강을 결정하는 한국과 포르투칼 경기가 끝난 후 시내를 가로질러 출근하는 새벽 1시에 울산 시내 뿐 아니라 "짜짜작 짝짝 대~한민국 오~오~ 필승 코리아" 온통 빨간 물결에 한반도 남쪽이 휘청거렸다. 쉽게 말하면 파업 프로그램이 월드컵 16강 시청이었다. 월드컵 기간에는 파업은 노동자 학교가 아니다.

뻘건색 옷에 "짜짜작 짝짝 대~한민국 오~오~ 필승 코리아" 응원 소리에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일어나라 코리아'가 떠오르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일까? 울산에서부터 시작해서 시장은 떨어졌지만 구청장 2명 등 44명 당선 그리고 국고 보조금 25억…. 그것은 자민련을 누르고 제3당으로 떠올랐다고 자축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쉽게 동의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을 찍지 않으면 엄중경고를 넘어 죽일 놈이 되고,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군사독재보다 더 지독하게 정치의 자유를 박탈했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노동당의 강령이나 목표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허상조차도 없었다. 현장투쟁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꿈을 버리고, 노동자 계급성 없이 의회에 빠져버린다면 그 어떤 성과도 퇴보일 수밖에 없다.

깡통 음료수 하나 나누어 마시며 다시 현장권력을 쟁취하는 투쟁을, 파업을 이야기해야 한다. 시원한 음료수가 식어 텁텁 미지근해도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 시원한 2통3반에 두부김치가 그립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두부김치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나누며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지난 98년 고용안정 투쟁이 끝나고 우리의 이야기도 끝나버렸다. 회사도 노동조합도 믿을 놈이 되지 못했다. 다시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여야 일터가 꽃 피워진다. 그래야 월드컵 이야기가, 흥분과 주장이, 우리 요구로 바뀌어 간다. 그래야 투쟁을 조직하고 실천할 수 있다. 그래야 패배로 끝난 투쟁일지라도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그래야 선거를 넘어 노동자계급을 이야기하고, 투쟁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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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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