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문화]악순환의 문화행정
-현경철(제주민예총)
지난 1월 제주도가 문화예술단체와의 의견수렴 과정없이 제주도 구좌읍 종달리 해안가에 '섬집아기'노래비 건립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제주민예총은 타 문화예술인들과 '섬집 아기' 노래비 건립추진계획 취소운동을 전개하고 계획을 유보시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제주도가 8월중 노래비 건립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하여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에는 지난 97년 서귀포가 외돌개에 세운 '서귀포 칠십리'(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와 99년 제주시가 제주해변공연장에 세운 '떠나가는 배'(양중해 작시, 변훈 작곡) 등 두 개의 노래비가 있다.
'섬집 아기'가 이 두 개의 노래비와는 달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서귀포 칠십리'의 경우 제주도를 노래한 것이고 '떠나가는 배'는 양중해 씨가 제주도 출신인데 반해 제주도와는 아무런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데다 제주지역만이 갖는 정서와 특성적 문화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두 개의 노래비의 경우 시비의 예산이 '서귀포 칠십리'는 4,750만원, '떠나가는 배'는 1,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섬집 아기'에는 1억 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이고 있기에 더욱 말이 많다.
지난 성명에서 제주민예총은 ''섬집 아기'노래비 건립계획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자존과 명분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졸속 행정의 극치' 라고 전제하고 '노랫말을 쓴 작가나 작곡가가 제주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전문가 의견을 거치지 않고 추진한 노래비 건립계획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이에 제주도는 ''섬집 아기' 노래비 건립은 작곡자 가족이 판권을 제주도로 넘기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섬집 아기'가 전국민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노래로 조형물을 세우면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일으킬 수 있어 노래비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반대의견이 있는 만큼 음악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으나 제주도는 또다시 문화예술단체와의 의견수렴 과정없이 노래비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수준급 이상의 조각 작품은 충분히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래비도 제주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건립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전에 세워진 노래비들처럼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관심을 쏟지 않는다면 1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만든 노래비가 처음의 의도대로 관광객의 향수를 불러낼 수 있겠는가.
제주도는 '왜 노래비를 세워야 하는지', '어느 곳에,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문화예술단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건립 계획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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