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혁의 음악이야기③]‘월드컵 비트’와 ‘그날이 오면’

유인혁/작곡가ㆍ[유정고 밴드] 리스싱어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다.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입하던 날, 밤 거리는 온통 대~한민국의 물결이었다. 한 후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월드컵 비트’라 불리는 리듬이 자동차 경적소리로, 호루라기 소리로, 박수와 풍물 가락으로 끝없이 변주된다.

월드컵이 끝나도 이 리듬을 듣게되면 반사적으로 두 팔을 위로 치켜들고 대~한민국 이라고 외쳐야할 것 같다. 외치지 않으면 어디선가 붉은 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른 한 무리의 청년들이 길을 막을 것 같다. 물론, 물론 농담이다.

그래도 공부하지 않고 음악을 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사회학 같은 학문을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이 집단적 열기, 광기를 해석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듯하다.

이 ‘길거리 응원’이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신선한 잔치문화로 이해될 수도 있고 반대로 사회적 무관심과 배타적인 집단주의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라고 생각하더라도 지금 인터넷 게시판에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리는 건 피하는 게 좋겠다. 물론, 물론 농담이다.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건 대학 1학년 때다. 5월 축제 공연으로 광주를 다룬 집체극에 이 노래가 들어갔다. 무대는 법정이고 포승줄에 묶인 두 사람이 수인이 끌려나온다. 운동권 학생이다. 검사는 날카로운 어조로 사회를 어지럽힌 죄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 객석에선 실소가 터진다. 검사 흥분해서 관객들도 다 집어넣겠다고 협박한다. 판사는 묻는다. 마지막으로 피고들은 할 말이 없는가?

두 사람은 차분히 이야기한다. 역사가 우리의 정의로움을 말 할 것이라고. 판사는 형량을 내린다. 그리고 전주가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노래를 한다. “한 밤의 꿈은 아니리…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이 장면 앞에서 총 맞아 죽은 시민군 귀신 역을 했던 나도 무대 뒤에서 같이 따라 부른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그날이 오면>의 이미지다.

월드컵 광고에 이 노래가 삽입되어 나왔다. 해맑은 얼굴을 한 아이들이 입을 모아 부른다. 음, 뭔가 툭 걸리면서 평소 잘 안 쓰는 머리가 삐걱이며 돌아간다. ‘어라…이게 내가 아는 노래 맞나?’ 의미가 마구 섞인다. 그냥 세상이 바뀌어서 ‘그날’의 의미도 바뀌었나보다 하고 순순히 이해한다. 물론 농담이다.

그냥 이런 생각이 남는다. ‘왜 이 노래를 이 장면에서 쓰도록 해 준걸까?’ 잔치 때는 풍악이 울려야 한다. 그리고 잔치 때는 재를 뿌리는 법이 아니란다. 비록 내가 잔치의 주인이 아닐 지라도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어차피 잔치는 끝이 있는 법. 잔치를 준비한 사람과 즐긴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모두 함께 뿌듯하길 바란다.
[ 93호] 6.24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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