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 한국외대 인도어과 강사ㆍ인도 델리대 정치학 박사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이번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일촉즉발의 대립은 이슬람 무장괴한에 의한 인도 군부대 급습 테러사건에 의해서 시작됐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서도 인도 국회의사당이 테러를 당하는 등 이슬람 무장괴한에 의한 테러가 인도에서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5월 14일 무장괴한 3명이 카슈미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인도 군부대를 급습, 군인을 비롯한 민간인 30여명을 무차별 사살하자 인도는 이 사건이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며 즉각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에 보복공격을 가했다.
이에 파키스탄이 대포 등으로 인도 지역을 공격하자 양측간의 소규모 포격전이 이어졌다. 계속되는 교전으로 긴장이 고조되자 인도와 파키스탄은 전면전은 물론 핵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결전의 의지를 보였다.
이렇게 전면전의 위기까지 치닫던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카슈미르 분쟁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외교노력에 의해서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인도와 파키스탄에 각각 차례로 파견, 양국간의 긴장 완화를 도모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리독립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의 전면전을 벌였던 양국간에 또 다른 전쟁, 특히 핵전쟁이 벌어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파키스탄이 자국령 카슈미르와 인도령 카슈미르를 가르는 통제선(LoC)을 넘나드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단속하겠다고 미국을 통해 인도에 약속한 이후 인도는 6월 10일 파키스탄 민간 항공기의 인도 영공 통과를 허용한 데 이어, 11일부터는 파키스탄 근해에 급파했던 5척의 전함들을 뱅골만으로 철수시키기로 결정하는 등 파키스탄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카슈미르 분쟁에 대해서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의 개입을 받아들였으며 대체적으로 친미 정책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인도는 오랜 기간동안 카슈미르를 둘러싼 파키스탄과의 분쟁 해결에 대해 미국 등 외부세력의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인도는 자체적으로 파키스탄과의 갈등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묵시적으로 미국 등 강대국들의 중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의 이런 입장 변화는 1999년 5월 파키스탄과의 카길 전쟁에서 명백히 나타났다. 파키스탄 정규군이 인도령 카슈미르 카길 지역을 침범하자 인도는 파키스탄과 국지전을 벌린 후 미국을 통해 파키스탄에 압력을 가하여 파키스탄 군을 원래의 위치로 물러나게 했다. 이번에도 양국간 전쟁국면의 긴장 완화에 미국의 개입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이 지역의 분쟁사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개입이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카슈미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카슈미르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역사적, 종교적 원인과 영토소유권을 둘러싼 양국간 오랜 분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은 물론 양국 정권의 정치적 목적과도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도 정부의 긴장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월 16일 이슬람 무장괴한들이 힌두교 순례자 행렬에 수류탄을 던져 어린이를 포함해 6명을 숨지게 하는 등 이날 하루에만 테러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테러가 계속되자 인도는 파키스탄이 천명한 이슬람 무장단체 단속방침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파키스탄이 자국내에 구축한 테러 기반시설을 파괴하지 않는 한 파키스탄과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카슈미르 분쟁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카슈미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국민들에게 민족자결권을 부여하여 카슈미르 지역의 향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그들의 정치적 능력이 요구되어 진다. 이런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 93호] 6.24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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