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신적으로는 이미 민주노동당 당원입니다"

한국 방문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

윤재설 dllp21@kdlpnews.org
지난 17일 동국대 학술문화관에서는 ‘호국불교와 폭력의 문화를 넘어’라는 주제의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자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노자 교수(사진). 박 교수는 이날 강연을 통해 왜곡된 호국불교론을 재해석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불교적 의미를 강조했다. 박 교수의 새책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한겨레신문사)>도 그의 방문에 맞춰 21일 발행됐다. 강연이 끝난 후 동국대 근처의 맥주집에서 박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셨는지요?

= 방학을 맞아 환태평양 한국학 대회 등 학술회의에 참가하느라고 들렀습니다. 전교조 교사 아카데미 강연, 불교계 강연이 있었고 수유연구소 연속특강, 일본에서 있는 학술대회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 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었는데요. 지난해 귀화를 했는데 투표는 하셨나요?

= 제가 지금 재외국민 신분이라서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이문옥, 민주노동당 찍으라고 말은 많이 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은 다 찍더군요.

△ 이번 선거결과는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참패로 요약됩니다.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 왜 민심이 김대중을 떠났느냐, 피상적인 이유는 부정부패 스캔들이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부정부패 안 하는 통치집단도 없었으니까 그건 외피적인 이유고요. 실질적인 이유는, 김대중이 진보도 가끔 들먹이고, 인권도 들먹이지만 진보도, 인권도 제대로 한 것은 별로 없고 국가보안법 같은 가장 근본적인 악법을 폐지시키지도 못하고 그 대신 신자유주의를 거의 맹신하면서 도입한 결과입니다. 결국 김대중 정권 때 한국 노동자들이 미증유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이고 지금과 같은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김대중이 민심을 버린 거예요, 민심이 김대중을 버린 것이라기보다는.

그런데 표가 한나라당으로 몰린 것은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한나라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수구 언론의 힘도 만만치 않은데다 한나라당이 지역감정을 악질적으로 부추기지 않습니까. 그리고 노골적으로 금품 선거를 하지 않아도 그쪽 하부 조직에서 온갖 인연, 단체들을 다 총동원해서 비공식 네트워크를 이용해 표를 얻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노무현 바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노풍이 잠재력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십니까?

= 노풍은 노무현의 개인적 카리스마가 상당히 강하고 골수 지지층이 있기에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민주당 쪽에서 그보다 더 뛰어난 리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회창을 이길 만한 카리스마는 아닐 것 같습니다.

△ 민주노동당은 정당투표에서 제3당이 됐는데요.

= 아주 기쁘고 놀랐습니다. 전국적으로 8% 득표를 하고 대도시에서 10% 넘은 것은 커다란 약진이죠. 명실상부하게 제3당이 된 것은 아주 큰 의미이고 민주노동당이 지역감정, 지역주의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봤어요. 지지율도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고... 잘 됐습니다.

△ 민주노동당은 이제 연말의 대선과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요. 민주노동당이 어떤 활동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념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가장 악질적인 한국 자본주의의 억압장치를 뜯어고치면서 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계기로 해서 여기에 왔죠. 사실 유럽 어느 나라에도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악질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온건보수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것이고 한국이 아직은 극우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진보정당이 이와 같은 한국자본주의의 비정상적이고 악질적인 면도 고치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모든 진보세력이 힘을 합쳐서 해야될 것 같아요. 유럽같은 경우 사회주의자들의 투쟁이 없었으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못했을 것이거든요. 한국도 그런 경우가 될 겁니다.

△ 민주노동당에 가입할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으셨는데요.

= (웃음)제가 그런데 노르웨이에서 흡사한 당의 당원이라서요. 사회주의좌익당이라고. 물론 사회주의자에게 국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신적으로 이미 민주노동당원이고 언제라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둘인 것은 사치라고 생각해요. 같이 했으면 합니다.
[ 93호] 6.24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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