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산재은폐를 비호하는가?

울산지사, 故송은동씨 관련 사실은폐 시도한 SK 고소 거부


SK에서 유해물질을 다루다 혈액암으로 사망한 송은동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며 24일 현재 11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故 송은동씨의 유족들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비롯한 울산지역의 산업안전 관련 노조간부들, 울산 산추련과 노동단체 회원 등 30여명은 지난 21일 울산근로복지공단 규탄집회 및 항의방문에 다시 나섰다.
이날 규탄집회 및 항의방문은 지난 5월 24일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계속된 것으로, 이날로 다섯 번째였다.

산재은폐 비호하는 근로복지공단

故송은동씨의 유족들이 울산근로복지공단 항의방문에 나서게 된 것은, 근로복지공단이 애초 SK 회사측의 명백한 사실은폐 시도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회사측 자료만을 근거로 하여 산재불승인 조치를 내렸던 데 따른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SK 회사측은 故송은동씨의 사망 진상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근무일지 및 작업환경측정표를 허위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송씨의 죽음을 벤젠 등 유해물질에 따른 직업병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전문의의 소견서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3월 4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이러한 사실들이 널리 알려지게 되자, 근로복지공단은 부랴부랴 산재불승인을 유보하고 역학조사를 통하여 산재여부를 판정하기로 한 바 있다.
유족들의 투쟁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각종 제보가 쏟아지면서, 최근 SK에서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사람이 20명이 넘는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故송은동 유족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밝혀지지 못했을 내용들이다.
회사측은 진상을 은폐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비호하는 가운데 산재은폐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이 근로복지공단 규탄 및 항의방문에 나서게 된 것이다.

유족들 “SK 고소하라” 요구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지난 5월 24일 1차 항의방문 당시 근로복지공단에 △SK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것 △자문의를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공단의 입장표명을 촉구해 왔다.
3차 항의방문을 했던 지난 7일에는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장과 직접 면담을 갖고 유족들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SK 고소 못한다”

그런데 5차 항의방문이 있기 하루 전날인 20일, 근로복지공단 정진영 울산지사장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SK에 대한 고소는 법률적 검토 결과 근거가 없으므로 할 수 없으며, 자문의 교체 또한 2004년까지 위촉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근로복지공단은 유족들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시 한번 분노 ― “단호히 대응”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태도에 대해 이날 규탄집회에서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처사에 다시 한번 분노하며, 매주 규탄집회와 항의방문을 지속하고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규탄집회에서 故송은동씨의 부인 김해정씨는 “우리나라가 월드컵 8강에 든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저로서는 원망스럽기조차 합니다. 온 나라가 월드컵에 빠져서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덮어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고 말했다.
애절한 외침으로 좌중을 숙연하게 한 김해정씨는 그러나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부진 투쟁의지를 밝히며 말을 마쳤다.
“오늘까지 110일 동안 이렇게 투쟁을 계속해 온 데는 제가 감히 이렇게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동지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도록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SK 유족 투쟁 100일 기념 문화제 열려
“역학조사를 석유화학공단 전체로 확대하라”

지난 18일 남구 석유화학공단에 자리잡은 SK(주) 울산공장 앞에서는 故송은동 조합원에 대한 직업병(산재) 인정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100일이 넘게 천막농성을 벌여 온 유족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SK노동조합(위원장 임명호)이 주관한 가운데 민주노총 울산본부(본부장 박준석),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공동대표 이종선 박영규), 울해협·노동자의힘·사회당울산시지부·울산노련· 울산평등연대·전태일노동대학 등 ‘노동자 건강권 사수 공동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제 단체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 민주노동당 등에서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문화제 참석자들은 역학조사를 석유화학공단 전체로 확대하여 관련 노동자들의 부당한 죽음을 막아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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