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자체 선거 동구청장 당선자 이 갑 용


이갑용 동구청장 당선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난 후 당원용 소책자 ‘이갑용 이야기’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니 주마등처럼 많은 일들이 스쳐 갑니다.
40해 넘은 세월 동안 슬픈 일, 기쁜 일, 아쉬운 일, 행복한 일 등. 많은 일들을 겪으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결코 평범하거나 순탄한 세월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부끄럽거나 후회스러운 삶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천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동지들을 만난 것은 제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이요 자랑입니다.
제가 ‘골리앗의 외로운 늑대’라는 애칭과 ‘골리앗의 전사’라는 자랑스런 이름을 얻기까지, 제 그늘에 가려진 수많은 동지들이 있습니다.
민주노조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싸워온 15년, 128일 투쟁, 골리앗 투쟁, LNG 투쟁 등 많은 싸움에는 일일이 이름을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동지들이 생사고락을 같이 했습니다......

역사는 모두 그 이름 없는 사람들의 희생과 싸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그 이름 없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
땅속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 제게 대표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신 이름 없는 모든 동지들께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
표지를 넘기니 첫 페이지에 쓰여진 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민들레 홀씨 같은 수백 수천의 이름 없는 동지들이 함께 피워온 꽃. 그 마음을 되새기며 노동자가 하면 정치도 행정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선거 과정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힘들었던 일은 주민들이 정치에 워낙 실망한 탓에, 말 자체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절절하게 얘기해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서, 그 불신이 무관심으로 나타난 점이 선거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

□ 이번 6·13 선거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번 6·13선거는 ‘보수 대 진보’ 의 싸움으로 가야 했다.
현 정권인 민주당의 반개혁성, 반노동자성을 부각시키면서 한나라당 또한 수구세력의 원조이며 똑같이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삼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보정당인 우리 민주노동당의 존립근거가 생길 수 있었다.
더구나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는 더더욱 ‘보수 대 진보’ 의 선거 전략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어야 했는데,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오로지 ‘반 한나라당’ 전선을 가지고 선거를 했고, 노동자정치에 대한 부각도 부족했다. ‘패키지 선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반 한나라당 전선’ 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서 반 한나라당이면 민주당이건 어디건 다 민주세력으로 취급하는 중대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현 정권인 민주당과 차별성도 부족했고 오히려 한나라당에게 역풍을 맞으면서도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의 역풍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이 선거 전략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후 진보진영의 대선 전략도 정리가 가능하다.

□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은데...

선거기간 내내 ‘노동자 정치, 노동자 행정’을 구호로 했다.
그 뜻이 뭐냐고 많이 물었는데, 말 그대로 ‘노동자가 정치를 하고 행정을 하는 것’ 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근본 목표는 ‘노동자정권 창출’이다.
브라질의 노동당과 룰라가 몇 차례에 걸쳐 대통령에 도전해서 지금은 실제 대통령이 가능한 정도로 발전을 했다.
우리도 한발씩 더디게 가더라도 조금씩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노동자정권 창출’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자치제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 노동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진보를 가장한 보수 정치권에 휩쓸려 ‘비판적 지지론’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앞길이 막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 인수인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가?

전임 구청장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중이다.
7월 1일에 취임식이 예정되어 있고, 바로 업무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당선되고 나서 주어진 시간이 짧다.

□ 노동자 구청장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줄 계획인가?


우선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지켜나갈 것이다.
‘고용안정 센터’, ‘실업자 지원 센터’, ‘산재 지원 센터’, ‘노동회관’ 등은 노동조합과 노동계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공약들이다. 노동자 구청장의 장점을 살려서 되도록 많은 일들을 노동조합과 함께 할 것이다.
이 자체가 노동자 구청장이 가지는 차별성이다.

□ 현대중공업 해고자 구청장으로서 현대중공업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해고자 구청장이 회사와 어떻게 관계가 맺어질 것인지는 취임해서 일을 시작해봐야 알겠다. 해고자로서 복직문제는 다른 부분이고, 특별히 회사와의 관계를 신경 쓰지는 않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광역단체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송철호 후보는 모든 정당을 다 합쳐 울산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였다.
이런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도 우리는 패배했다.
이는 앞서 말한 선거 전략의 문제를 포함해 ‘패키지선거’를 하지 못한 한계였다.
모든 선거를 시장으로 집중해서 선거운동을 했어야 했다.
나 또한 처음 1주일 정도는 ‘송철호 시장’을 우선으로 하고 다녔는데, 뒤로 갈수록 내 중심으로 운동을 했다. 더 열심히 송철호 시장을 중심으로 했다면 당선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 반성한다.
후보 개인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 운동과정에서 냉정히 평가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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