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당신은 존재하고 있습니까?"

금속산업연맹 철학박사 김연홍

오진아 dodani@kdlpnews.org
“나는 존재하는가, 내 생각이라는 게 존재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셨습니까?”
지난 20일 저녁 금속산업연맹 회의실에서는 때아닌 ‘철학강의’가 열렸다. 이날 강의는 철학의 기원에서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거쳐 실존철학이란 무엇인가로 끝을 맺었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파업하는 노조도 있고 장기투쟁 사업장도 있는데 연맹 상근 간부들이 한가롭게(?) 철학강의라니. “연맹 간부들이 할 일이 그렇게 없냐”는 얘기가 나올만도 한데….

“우리 운동의 한계 중에 하나가 너무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사안에만 매달린다는 거에요. 그 사안 하나에 조직이 좌지우지 되죠. 그러니까 조직의 피로감이 빨리 오게 되고 쉽게 회복이 안돼요. 예를 들어 어떤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 간부 교육을 한다고 합시다. 외국의 제도가 어떤 게 있는지 알 수는 있겠지만 간부들의 의식은 바뀌지 않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의 전환이 우선 필요한 거죠.”

이번 강의를 맡은 김연홍(41·사진) 연맹 교육차장의 말이다. “집회 한번 나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학습”이라는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 지난해 귀국해 대학에서 잠깐 강의를 하기도 했던 그가 하필이면 금속산업연맹을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 그것도 마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 졸업 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독일 사민당과 노동운동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회진보에 있어서 노조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독일 노동운동을 보면서 알게 됐죠. 마침 독일 금속노조(IG-Metall)에 연수를 와 있던 연맹의 노재열 정책실장을 통해 한국 노동운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한국으로 돌아가면 금속연맹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올 3월부터 금속연맹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가 첫 교육을 나간 곳은 금속노조 삼호중공업지회 확대간부 수련회. 교육에 앞서 연맹 상근자들을 대상으로 ‘리허설’도 했다. “말이 너무 빠르다”, “단어가 어렵다” 등의 지적도 있지만 “처음 치고는 괜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요즘엔 한달에 3∼4번 정도 단위노조 교육을 나간다. 임단투 관련 교육은 주로 연맹 임원들이 하고 김 차장은 간부들 의식교육을 맡고 있다.

“과거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은 책도 많이 읽고 토론도 많이 했는데 요즘엔 다들 너무 공부를 안 한다”는 그는 “같이 일하는 동지들끼리조차 대화와 토론이 부족하다”며 “학습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금속에서부터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93호] 6.24 ~ 6.30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해피_데이

    ㅋㅋ내이름도 김연홍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