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단했다

-장미진(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한달 간의 축제. 8·15 해방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 우리 민족의 대축제였다. 갑자기 찾아온 연인처럼 전혀 예감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에게 짜릿함과 황홀함을 동시에 맛보게 해 주었다. 누구의 표현처럼 '내 일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더도 덜도 아닌, 아주 알맞게, 그리고 적당히 달콤한 순간들이었다. 물론 그 내부에는 갈등도 있었고 부정적 요인들도 숨어있을 것이다. 앞으로 그것을 찾아 하나 하나 고쳐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은 그 축제의 끄트머리에 서서 아직 남아있는 그 맛과 향을 음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아침이면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여기저기서 외국 언론의 글을 대할 때마다 작은 기쁨을 느낀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분노, 심지어는 '음모론'까지, 거칠고 조잡하기까지 한 기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점차 외국 언론은 한국의 이 특별한 분위기를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많은 한국인들 사이에 끼어서 만끽한 그 기쁨과 즐거움은 대단한 것이었다고 감탄한다. 게다가 한국인이 보인 성숙하고 공정한 태도에 극찬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경험한 그 '기분 좋은 경험'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매너를 유럽인들이 배워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한국의 명망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Ansehen des Volkes weltweit gewachsen. www. rundschau-online.de)
'한국이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S dkorea kam uns n her. www. Berlinonline.de)

정말 한 달간의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범죄와 교통사고까지 줄었다고 한다. 5월 31일부터 6월 9일까지 10일간을 한 달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가 351건 줄었고, 중범죄는 13,939건에서 10,824건으로, 살인은 36건에서 12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깊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무래도 나쁜 짓, 나쁜 생각을 덜하나 보다. 최근 몇 건의 월드컵관련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본래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킬 정도는 아니다. 그런 소식들을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와 함께 얼굴에 자신감이 번진다. 외국 언론에서 대하는 우리의 얼굴이 요즘 반짝 반짝 윤이 난다. 정말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월드컵의 축제가 끝나간다. 한편에서는 '월드컵 후유증'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한 달간 계속된 축제 분위기를 벗어나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다그침이다. 죽을 힘을 다해 뛴 우리 선수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는 다짐도 보인다. 이뿐 아니라 '명절이 끝났을 때 느끼는 허전함과 상실감을 동시에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사육제의 광란은 사순절의 금욕을 준비하는 것이듯, 모든 축제는 새로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좋은 결실을 축원하는 것이듯, 우리의 이번 축제는 앞으로의 길고 진한 삶에 대한 노력과 애정을 알리는 기원제라고 믿는다. 우리를 한 번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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