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민주노동당 정책부장
IMF 구제금융과 김대중 정부 집권 4년여 동안 우리사회는 국민의 소득 및 생활수준에서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속적인 경제불안, 재벌과 외국자본의 경제 지배력 확대, 전체 노동자의 60% 비정규직화 등 고용불안 심화, 노동자들의 임금격차 확대, 농산물 시장 개방확대와 농가경제 파탄,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 증대, 건강보험 재정위기와 의료보장 빈약, 전월세 값 폭등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은 국가의 주요 정책현안으로 대두되었으며 집권당인 민주당은 빈부격차 심화를 가져온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편, 이러한 주요정책현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최근 펴낸 국민우선의 경제전략시리즈(1)에서 “김대중 정부 4년간 한결 피폐하고 의욕상실의 한국경제”라는 제목아래 △성장잠재력의 심각한 훼손 △강화된 관치경제구도 △개인도, 나라도 모두가 빚더미, 외상경제 △퍼주기·퍼붓기 정책과 사행심·요행심리 키우는 ‘공짜경제’공화국 △부익부 빈익빈 고착화되는 ‘불공평경제’ △정책남발, 사회적 긴장 이완을 자초하는 ‘자기체면경제’ 라고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안의 제시에서 기업의욕 제고를 위해 성역없는 규제개혁, 법인세 인하, 한일자유무역협정 조기체결, 금융분야 상업적 자율경영체제 확립, 유연한 노동시장 확립 등 ‘명실상부한 시장경제’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와 같은 맥락에 있다.
특히, 이회창 대선후보는 97년 대선 때에도 “재벌의 경영권 이양과 부채해결은 기업의 자율판단에 맡길 일”이라며 친재벌적 입장을 취해왔으며, 한나라당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와 ‘대규모 기업집단의 총액출자 제한제’, ‘내부거래 규제’와 ‘상호지급보증규제’ 단계적 폐지를 지향하며, 부채비율 2백%의 강제적용 문제는 업종별, 금융기관별로 자유화하고 50% 이상 사외이사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재벌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또 WTO체제의 개방농정에 대한 비판적 인식없이 제3단계의 농업기술혁명 추진, 능동적이고 공개적 농업통상외교 전개 주장이나 한국인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중장기 종합대책 추진 등은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천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던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 의해 야심차게 추진돼온 6.15 공동선언 등 대북 ‘햇볕정책’과 관련, 최근 이회창 대선 후보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는 바와 같이 6.15공동선언 제2항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의 관점에서 6.15 공동선언은 “북한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결과”,“미국의 역할 배제 흔적” 등을 지적하여, “당사자 해결구도하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주장하는 김대중 정부와 확연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북측과의 ‘철도 및 도로연결’에 대해 한나라당은 “우리측만 공사 진척, 북측은 말뿐”을 주장하는 등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방적인 대북지원사업에 대해 “대북 퍼주기”론을 펴고 있다.
적어도 그동안 한국정치에서 정책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한국정치가 정책대결이 아닌 지역주의와 1인 보스중심의 상호분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은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의 총체적 구상에 근거해서 제시되었다기 보다는 상호간의 정치공세를 위한 반쪽짜리 주장이라고 해야 한다. 한국정치에서 이념과 정책에 기반한 정당정치의 출현은 민주노동당의 몫일 수밖에 없다.
[ 93호] 6.24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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