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프레시안> 편집국장
지난 12일 전국언론노조는 ‘언론개혁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정부가 중앙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6월 13일을 기점으로 잡은 것이다(올해 13일은 지방선거 투표일이라 하루 당겼다고 한다).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 진정한 개혁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타자에 의해 강제된 개혁은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없다. 자기개혁만이 진정한 개혁이다.
필자는 언론개혁의 목표를 3가지로 잡는다.
첫째, 정치권력과 언론간의 관계를 바로 잡는 일이다. 독재정권 때처럼 정치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려서도 안 되지만 지금처럼 언론이 정치를 농단해서도 안 된다. 정치세력은 언론을 두려워 할 줄 알고 언론은 정치세력을 존중하는 건강한 긴장관계 속에 각자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둘째, 문란한 언론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이다. 십수만원짜리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어가며 부수 확장을 한다거나, 인적 자원의 질 향상은 외면한 채 한해 수백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는 현재의 언론시장 질서에서는 언론의 질 향상은 요원하다.
셋째, 언론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다. 출입처 보도자료를 베끼고, 소문과 주장과 사실이 뒤범벅이 된 채 서로가 서로의 기사를 베껴도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가는 현재의 언론 풍토에서는 언론의 전문성이 향상될 수 없다. 그러한 언론을 통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다.
언론개혁은 세 번째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즉 언론인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언론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언론의 진정한 개혁은 시작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언론 보도에 대한 독자의 신뢰 회복을 언론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한국언론의 위기의 본질은 바로 ‘신뢰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내건 명분은 두 번째였다. 그런데 세무조사 1년이 지난 현재 신문판매시장은 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혼탁해졌다. 21일에는 ‘신문시장 질서회복 특별결의’라는 신문협회 결의가 각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로 신문시장의 혼탁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신문시장 정상화의 궁극적 목적은 독자가 기사의 질에 의해 신문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로 돌아갔다. 결국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에 기여한 바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물론 언론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회의를 일깨웠다는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조치에 기대어 언론개혁을 이루려 한다면 그것은 가망없는 꿈일 뿐이다.
[ 93호] 6.24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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