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영 moon@kdlpnews.org
지난 6월 4일, 두 가지 사건이 출판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종로서적이 최종부도를 냈는가 하면, 격조 높은 서평과 지적 논쟁을 담아냈던 <출판저널>이 발행처를 이관했다.
주변 큰 서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인터넷 서점의 급격한 팽창을 비롯한 서점업계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어왔던 종로서적은 2000년 한 해 동안 2백34억5천7백만원의 매출에 2억2천4백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6억5천2백만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종로서적의 6월 3일 1차 부도금액이 2천40만원, 4일 최종부도 금액이 2천8백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출판저널>을 발행해오던 한국출판금고가 15년 간의 발행을 중단, 대한출판문화협회로 발행처를 넘기는 것도 원인은 물론 돈이다. <출판저널>의 발행으로 매년 3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출판금고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출판인들의 가슴에 휑한 구멍을 뚫어놓은 이 두 사건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역관계가 숨어 있다. 종로서적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종로서적 쇠락의 결정적 원인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대자본을 등에 업은 재벌의 업계 진출이 서점이란 단일 업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출판저널>의 발행처 이관은 어떤가. 1987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잡지를 발행해온 한국출판금고는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법인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출판금고가 공적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잡지발행 이관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공공성에 중점을 둔 공기업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민영화시키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안 팔리는 책을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어온 작은 출판사들의 책을 꾸준히 소개해온 <출판저널>이 한 영리단체의 기관지 혹은 신간소개지로 전락할 것이란 출판인들의 우려는 당연하다.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특히 <출판저널> 사태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공익성의 논리, 문화의 논리가 아닌 상업성의 논리가 출판 문화를 곪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당연한 비판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출판계의 현주소를 그래도 드러내는 지적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출판계는 상업적인 논리에 따르지 말라고 호소해야 할 만큼 상업성에서 취약하다. 상업적인 이익이 출판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이면서도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자생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느낌표 신드롬’이다.
책을 한 권 선정해서 한 달 동안 집중 홍보하는 MBC의 이 캠페인성 오락프로그램은 독서인구의 증가뿐 아니라, 극도로 울상 짓고 있던 책 유통시장에까지 미소를 띄게 만들고 있다. 출판계가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출판계의 밝지 않은 현실을 반증하는 것도 사실이다.
‘느낌표’ 브랜드가 아니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 독자들이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저자나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가 아니라, 한 방송사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 등은 결국 책과 독자에 대한 텔레비전의 영향력만 강화시킬 뿐 정작 출판계 스스로의 자생성 확보의 길은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다시 문제는 지금 여기다. 자본의 크기나 타 매체의 영향력이 아닌 출판문화의 중심인 출판사, 서점, 저자, 독자가 자기 중심성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이 그 고민을 강제하고 있다.
[ 93호] 6.24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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