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토론회 "민주노동당 유일 야당으로 주민 이익 대변해야"

6.13 지방선거 의미와 평가

윤재설 dllp21@kdlpnews.org
지난 19일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조 공동주최로 ‘6.13 지방선거의 의미와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의 완패, 민주노동당의 제3당 부상’으로 끝난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가 논의됐다. 다음은 발제와 토론요약.


발제1 6.13 지방선거 결과와 향후 과제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학)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아진 것은 △아직까지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동원압력이 강하고 △후보/정당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투표율이 높으며(울산) △전출입이 많을수록 투표율이 낮은(인천) 일반적인 경향과 함께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로 인한 불신과 ‘풍요로운 경제’로 인한 정치무관심 증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 가운데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만큼 진보적이지 못한(그리고 지역감정도 약한) 20~30대 유권자들이 많이 기권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나라당의 압승과 민주당의 완패는, 김대통령의 권력형 비리와 이에 대한 노무현 대선후보의 미온적인 대응, 그리고 한나라당의 심판론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집단이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를 상실하게 만든 반면, 한나라당 지지집단은 선거에 적극 참여하게 만들었다.

호남과 비호남 각 지역에서 하나의 정당의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호남-비호남의 대립이 지금보다 격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민련을 포함한 수구세력은 위축된 반면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세력은 크게 약진했는데 민주노동당이 ‘약진’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광역비례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서 후보자와 당선자의 절대수는 많아졌으나 당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수구세력의 위축과 진보세력의 약진은 구조적 변화요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국식 자본주의의 합리화, 자율성 강화’에 대한 요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이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울산에서 보여준 색깔공세, 이데올로기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정당득표율 8%가 국회의원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정당지지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적극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주민대표들은 ‘유일한 야당’으로서 지역주민의 진정한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대립의 격화를 막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동당의 경우 대부분 후보가 얻은 득표보다 정당(비례대표)이 얻은 표가 더 많았는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속성을 많이 고려한다는 점에 유의해 본격적으로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야 할 것이다.


발제2 6.13 지방선거의 정치 사회적 의미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6.13 지방선거는 정치권이 주지 못하는 열광과 흥분을 월드컵이 제공한 가운데 냉랭함의 극치를 이룬 선거였다.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위해 투표하기보다는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드리기 위한 부정적 투표 경향이 지속됐다.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간데 없이 중앙당과 대선후보자들이 전면에 나선 나무기둥 선거였다.

기성세대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 젊은 세대는 거의 투표를 하지 않았고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 후보인가만을 고려해 투표했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의 고유기능은 상실됐다. 즉 중앙의 정치에 의해 지방선거가 과도하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탈중앙정치화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은 정당들은 민주노동당, 사회당, 녹색평화당과 같은 정당이었고 시민후보들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민주화 이행을 시작한 1987년 이후 각종 선거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48%는 21세기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징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혹은 지역주민의 정치를 내세운 지방선거에 지역주민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지방선거의 의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은 당선자의 대표성 문제를 낳는다. 낮은 대표성은 더욱 더 지방자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지방자치제도의 불안정을 촉진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 혹은 무용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붉은악마’에서 나타나는 젊은 세대의 에너지는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동적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기성 정치권이 이런 계기를 제공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혁신 요구가 광범위하게 형성돼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제3당 부상, 시민후보의 약진, 김석준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의 높은 지지도에서 잘 드러났다.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 자체가 젊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월드컵에서 표출된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정치적으로 전환되는 경우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대규모 지각변동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토론요약

이재웅 민주노총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계급투표를 호소하며 조직적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했다”며 “계급투표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민주노동당의 선전은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지방선거 관련보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으며 △지방선거는 철저히 대선의 하위변수로 전락한 점 △진보정당 및 시민후보를 외면하고 △신문과 방송이 투표율 하락을 부추긴 점 △정책검증은 실종되고 ‘인물대결’만 부각시킨 점 등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여성후보들은 여성을 배제하는 정치환경 속에서 경선이라는 형식적 민주주의에 걸려 아예 경선을 포기하고 말았다.

또 여성후보의 이혼 경력은 문제가 되고 남성 후보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관대한 가부장적 정치관행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참신하고 개혁적인 여성들을 발굴해 경선없이 추대 △기초의원의 경우 두 개의 선거구를 하나로 묶어 여성과 남성을 각각 1명씩 선출 △정당명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50%로 늘리고 그 중 30%를 여성에게 할당 △선거공영제의 철저한 실시 등을 제안했다.

김상곤 교수노조 사무총장은 “붉은악마 신드롬은 한편으로 파시즘에의 이용가능성이 우려되지만 자발적 민주주의, 공공의 광장을 지향하는 공동체주의 등 새로운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정치적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히딩키즘(희동구주의)도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관리기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한편으로 수구기득권층의 이데올로기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연고주의를 배척하고 연공서열제(seniority)를 깨뜨림으로써 대등함·자유로움 등의 새로운 가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50명의 녹색자치후보를 선정, 출마시킨 환경운동연합의 서주원 사무처장은 “생활정치 실천의 교두보를 마련한 계기였다”고 평가하고 “과반수 국민의 투표거부 앞에서 희망과 감동을 주고자 하는 시민운동의 과제가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높아져 득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정영태 교수의 주장에 대해 과거의 예를 들며 “진보정당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후보를 키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 이름을 쓴 선거일수록 득표율은 낮았다”며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당은 아직 멍에”라고 말했다.

김준오 사회당 김영규인천시장선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사회당이 얻은 26만표 가운데 20만표는 이념지향성에 근거해 찍은 사회당의 고정적인 지지기반이 확인된 것이고 실력만큼 얻은 것”이라며 “앞으로 실력을 어떻게 키우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삼진 녹색평화당 공동대표도 “녹색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이 잠재적으로 존재해 왔음을 확인했다”며 “민주노동당이 다양한 이슈를 갖고 성실한 활동을 벌인 것을 배워서 지역의 일꾼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93호] 6.24 ~ 6.30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