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남성노동자한테서 전자우편 한 통을 받았다. '사내부부'로 일하다가 아내가 결혼을 이유로 재작년 강제사직을 당한 뒤 계약직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원직에 복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내가 청와대에 보낸 진정서와 함께.
'…당시에는 무지한 탓에 당연히 그만두고 계약직으로 근무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또한 우리 회사에서는 관행적으로 있어왔던 일이고요.…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연은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결혼날짜 잡으면 퇴직을 강요하고, 임신했다고 먼 곳에 발령해 사직을 유도하거나 아예 "이제 그만두라"고 협박해 때로는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최근에 나온 법원 판례 두 가지를 보자.
알리안츠제일생명에서는 지난 98년 사내부부 88쌍 가운데 86쌍의 한쪽 배우자가 사직했는데 모두 아내쪽이었다. 서울고법은 이에 대해 "명백히 사직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내게 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한편 농협중앙회의 경우 9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7백62쌍의 사내부부 중 7백52쌍의 한쪽 배우자(여성 6백88명)가 명예퇴직 당했는데, 그 중 두 명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1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뒤집고 "부부사원 가운데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한쪽을 퇴직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고, 여성차별이라 볼 수 없다"며 회사쪽 손을 들어 주었다.
사내부부를 퇴직대상자로 정하는 게 합리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다니. 사내부부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는 것을 법원은 모른단 말인가. 두 번째 판결은 사내부부 해고가 빈발했던 구조조정기의 현실과 타협해 소송이 잇따르는 걸 미리 막아보자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임신이 죄요, 아줌마가 죄요, 사내부부가 죄인 사회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서는 사업장 안에서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여성에게도 똑같이 일할 권리가 있다. 과거부터 내려온 성별 분업논리가 아닌, 남녀 모두 동등하게 일할 권리는 개인에게 있다. 부부는 적어도 회사에서만큼은 결코 한 몸이 아니다.
박승희/민주노총 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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