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 제대로 보기
김삼석 (군사평론가/수원신문기자)
'월드컵거리응원’에 나선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한민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거나 "한국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한다. 3.1 독립만세 뒤에 태극기가 대거 등장하기는 처음이라는 말도 있다. 분명 놀란 만한 일이다. 필자도 한때 감옥 안에서도 금지하는(?) 축구를 하다 징벌방에 들어간 적이 있다. 구경하는 건 더 더욱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의 월드컵 열기 이후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현재의 열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김수행 서울대 교수는 "입시경쟁, 취직경쟁, 세계 속의 무한경쟁, 성과급, 능력주의 등등으로 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졌 다가 월드컵을 통해 다시‘우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다소 비판적으로 보는 뉴욕 길벗 교회의 김민웅 목사는 "열광의 뒤안길에는 역사가 철저하 게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 있음을 그저 지나칠 수 없다...이러는 사이에 `6·10 항쟁 15돌’과 `6·15 남북공동성명 2돌'은 망각의 늪 속에 실종되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분명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의 지도력에 대중들은 연일 탄복한다. 감탄하고 존경심을 표방하는 것 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에 열린 6.13 선거에서 막상 우리들은 지역과 동네에서 한 사람의 대변자와 지도자를 뽑는 일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진정 '우리' 가 되는 연습에는 서툰 걸까. 6.13 선거 날 오전 경기 양주군에서는 여중생 두 명이 주한미군의 궤도차량에 깔려 처참하게 죽었다. 언론은 침묵했다. 축제에 방해가 되어서 일까. 여중생은 '누구'인가. 진정 '우리'는 어디 있는 걸까.
98년 월드컵 결승전은 나이키가 미는 '프랑스'와 아디다스가 미는 '브라질'의 대결이었다. 그날의 우렁찬 열기를 뿜어냈던 광장은 지금 추억이 되었고, 축제의 이익은 피파와 세계적인 스포츠 업체가 이익을 나눠 가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냉엄한 현실의 이익이자 장사다. 피버노바 축구공을 꿰매는 일은 인도와 제3세계 어린이들이 5살 때부터 일당 130원에 하루 14~16시간 씩 일을 한다.
월드컵 4강에 오른 국가들을 살펴보면 독일은 서부독일이 흡수통일했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다. 터어키는 세계 최고의 인권 침해국이다. 브라질은 국가경제가 부도난 상태다. 역사에 곁눈도 주지 않는 이들의 결집과 열광은 그저 공허할 뿐이라는 것을 세계 4강이 잘 보여준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목청껏 소리 높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반가운 건 9월 6일 경평축구가 다시 부활하고, 혼쭐난 부시 정권이 18개월만에 구걸하다시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섰다. 52년 전 6월의 한국전쟁을 비로서 끝내고 2003년에 진정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거리의 응원감이다. 우리 모두를 살리는 역사는 축구공 사이로 비집고 나온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아니라 '통~일조국'인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다. 엄연한 현실에서 굴러가는 축구공인 것이다. '통~일조국'이 되어야만이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진정어린 세계 최강의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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