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스타 워즈]
미국인과 [스타 워즈]
[스타 워즈] 소식이 다시 전해져 왔다. 개봉을 전후해 미국인들이 몸살을 앓은 모양이다. [스타 워즈]를 보기 위해 결근하는 직장인도 있었던 모양이고, 결근을 막기 위해 티켓을 사서 직원들에게 제공했다는 착한 사업주 소식들도 들려 온다. 한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떠들석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흔히들 속편은 원작에 비해 완성도와 재미가 떨어져 아류작으로 친다고 말하지만 [스타 워즈] 만큼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이쯤 되면 [스타 워즈]는 영화라기보다는 비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축제인 셈이다. 여름엔 영화를 보고 또 보며 중병을 앓고, 조금 지나면 책으로 음미하고, 가을의 핼로윈 축제가 돌아오면 [스타 워즈] 캐릭터들을 흉내낸 옷들을 입고 사탕을 얻으러 다니고.... 약 반년에 걸쳐 벌어지는 축제.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축제.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문화화해버리는 미국, 미국인들. [스타 워즈]를 놓고 벌이는 그들의 열병은 그런 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배트맨] 시리즈의 개봉을 앞두고도 그런 현상은 반복된다. 배트맨 역을 새로이 맡은 배우의 면면을 그들 사회의 변화와 맞추어 설명하고 배트맨이 풀어나가는 퍼즐과 악당의 변화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읽어나간다. 그들이 역사를 적어나가는 방식이다. 미국인 개인들에 있어 역사는 즐겨 보았던 영화와 그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와 의상을 중심으로 파생된다. 영화가 개인에게 주었던 충격, 그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벤트들. 미국인 개개인의 역사는 그렇게 짜여진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늘 영화의 스타야말로 진정한 스타로 대우를 받는다.
개인의 역사를 결코 영화 스타 등과 같은 환상적 소재와 연결짓지 않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누구 통치하의 과거 나의 삶. 그 통치를 깨고자 분연히 나섰던 나의 삶. 이광모 감독은 [아름다운 시절]에서 한 소년의 삶을 그런 식으로 잔잔히 그려냈다. 개인과 사회의 서사가 한데 어우러지는 그런 영화에 우리는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친근감을 느낀다. 그런 식으로 정리되는 우리 개인의 역사적기는 미국인들의 역사적기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우리의 기준에서 볼라치면 그들의 역사적기는 유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역사라는 이름을 떠올리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개인의 역사를 적으며 그를 즐긴다. [스타 워즈] 제 1편이 상영되던 해 자신이 무엇을 했고, 그 때 입장료가 얼마였으며 그 입장료 마련을 위해 아버지 차를 얼마만큼 세차를 했으며, 극장 옆 패스트푸드점을 들렀을 때 치즈 버거의 가격이 얼마였던가를 엮어 낸다. 우리에게 그 정도는 추억일지언정 결코 역사가 되지 않는다. 만약 이 땅에서 누가 그것을 개인의 역사라고 말하게 되면 불쌍한 인생이었던 양 위로받을 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로 역사 적기
문화산업이 우리 생활을 압도함은 전에 없던 주체들이 등장함을 통해 확인된다. 대중문화와 관련된 기억들은 추억일 뿐 역사일 수 없을 거라던 이 땅에도 전혀 새로운 인간군들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 오래 전에 열심히 보았던 먼지앉은 [로봇 태권 브이]를 다시 찾아내고 환호하고 자신들의 과거를 새롭게 기억해보려는 노력의 주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루가스 자욱한 길거리를 떠올리는 대신 은하철도, 통키 등을 역사와 얽어매는 새로운 주체들의 등장. 이들의 등장을 맞고 있는 우리도 [스타 워즈] 열풍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할 때만은 아닌 듯 하다. 정치의 시대가 가고 문화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구두선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의 퇴행성에 대한 폭로나 비난이 아니라 그 역사적기 조차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점쳐 보는 일이다. 영화, 영화주인공, 영화 소재와 함께 자신의 역사를 말하는 인간을 결코 퇴행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 기억은 어쩌면 자신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편해가는 전혀 새로운 역사짜기 일 수 있다. 새로운 숙제는 대중문화와 얽혀 있는 개인들의 역사를 다른 역사와 어떻게 전향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원용진 (문화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서강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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