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제청을 낸 직권중재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는 이와 관련해 지난 6월2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2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제도의 문제점과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넘기면 15일 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필수공익사업장 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하면 거의 100% 특별조정위를 거쳐 중재에 회부되는 실정이다. 결국 조정기간 15일, 중재기간 15일 등 30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중재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쟁의행위가 아예 금지된다. 이 때문에 병원, 철도, 통신,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및 석유공급 사업 등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된 사업장 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박탈당해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권중재가 즉각 폐지돼야 할 이유로 다섯 가지가 제시됐다.
첫째, 이미 수명을 다해 현실적 정당성을 잃어 노사관계의 '국가보안법'과 다를 바 없다. 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헌재가 지난 1996년 의결정족수(2/3)에서 한 명이 모자라 위헌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나 다수의견으로 위헌 견해를 밝힌 바 있다"면서 "행정법원조차 제3자의 강제중재는 노사자치와 교섭자치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둘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에만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공익사업장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노동기구(ILO)도 여러 차례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셋째,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김선수 변호사(민변 사무총장)는 이와 관련해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 단체행동권을 박탈하고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째, 운영도 문제다. 이주호 국장은 "2000년 5월말 노조가 막 파업에 들어간 시점에서 중노위가 특별히 보도자료를 내 병원 파업이 불법임을 자랑스레 언론에 알렸다"며 "직권중재를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다는 것인데, 정부가 투쟁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탄압을 꾀하려 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현장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내몬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변호사)은 "병원노조는 해마다 이 직권중재 때문에 '불법파업과 구속을 감수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승리하느냐 아니면 합법틀에 안주해 굴욕적으로 항복하느냐'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실정"이라며 "어용이 아닌 이상 전자를 택해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용자들의 교섭해태, 불성실 교섭을 부추긴다. 카톨릭중앙의료원(CMC) 성모병원지부최희선 부지부장은 이와 관련해 "파업을 하루 앞둔 5월22일 노사간 이견이 커 중노위가 조정결렬을 선언함에 따라 충분한 교섭을 요구했으나, 병원쪽은 밤새 교섭에 응하지 않다가 파업돌입 시점에 '해산하지 않으면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겠다'고 말해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이승길 연구위원(법학박사)은 "헌법상 파업권은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직권중재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남용의 소지는 없다"면서 "노동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가운데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선수 변호사는 "직권중재라는 행정권 발동으로 필수공익사업의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게 과연 공익보호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고 실효성이 있느냐"고 되물으며 "개선방안 마련을 통해 직권중재를 유지하는 방안은 모순이다"고 반박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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