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시험점수로 아이들이 쪼개지고 있어요

'학생의 선택권' '교사의 자율성' 어디에?

강신현(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학생의 수준에 따라 교육을 하고, 선택권을 보장한다던 7차 교육과정.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7차 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을 위한다며 선택과목은 늘려 놓았지만, 과목을 담당할 교사가 없어 겉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교육정책이 입안되어 추진되고 있다.
시험을 예로 들어보자.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시험'은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노동의 분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국가와 자본에게 시험처럼 편하게 아이들을 구분하는 장치도 없을 것이다.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준에 맞게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7차 교육과정에는 학생을 구분하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 아이들 수준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객관화된 잣대로 쪼개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국가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 학업성취도 평가다. 올해도 정부는 작년보다 시험을 치르는 대상을 크게 넓혀, 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학습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라지만 현실은 반대로 내닫고 있다. 작년부터 이미 학원가에서는 성취도 대비반과 문제집이 만들어져 쓰여지고 있으며, 전국 석차를 알 수 있는 객관식 시험도 널리 퍼지고 있는 지경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라며 '획일화된 문항'과 '국영수 중심의 과목평가'를 통해 학생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편의적 발상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더군다나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한국의 상황에서 객관적 시험으로 학생을 구분하는 것은 대학입시를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학생의 성적이 수치로 보여지게 되면 이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학부모들이다. 성적이 아이의 우수성, 학교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니 말이다. 다음은 올해 3월 보도된 일간지 기사의 한 대목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M보습학원의 한 강의실. 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4∼6학년생 15명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OMR답안지에 답을 적어가며 한 사설 입시기관이 출제한 전국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었다… 새학기 들어 초등학생들이 과목별 성적은 물론 총점의 전국 석차까지 매겨지는 시험에 너도나도 응시하는 등 '모의고사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시험에는 전국 초등학생 2만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사교육은 절대 안시키겠다던 학부모가 강동지역으로 이사한 후, 아이가 연거푸 낙제점을 받아 오고 학원에 가지 않으면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하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야 했다는 넋두리를 풀어놓은 일이 있다. 시험 성적이 아이의 자질과 어느 학교 어느 학과를 갈 수 있는지를 판단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학부모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것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성취도 평가는 7차가 내걸었던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과 딴 길을 가는 것이다. 안 그래도 모든 교육과정이 수능중심에 매달려 있는 현실인데, 성취도 평가의 결과로 학교와 교사를 연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학교와 교사가 자연스럽게 성취도 평가의 결과에 목을 매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성취도 평가를 도입한 영국의 사례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정부의 학력 높이기 정책에 맞추느라 일선 학교에서는 이른바 '시험게임', 다시 말해 시험 성적을 부정한 방법으로 끌어올리느라 갖가지 편법이 성행한다. 전에 없던 주입식 교육, 정답 골라내는 기술 가르치기, 정해진 시험 시간 연장하기, 시험문제 사전 유출, 시험 관련 정보를 교실 벽에 게시하기…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성적을 높이려고 학습부진아들을 반강제로 퇴학시키거나 시험기간에 정학 처리하는 따위의 비교육적인 사례도 빈번히 일어났다."
성취도평가가 교사와 학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때 교실이 얼마나 끔찍한 곳이 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받을 고통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학생이라는 한 인간을 단지 시험의 성적으로 평가하고 경제적 효율성만 생각하는 7차 교육과정, 학업성취도평가는 노동자민중의 정당한 교육받을 권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진영은 '성취도평가와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싸움을 새로이 만들어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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