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현장]병원노조들의 투쟁

박주영(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회원)

병원은 아직도 파업 중

7월1일, 오늘로 40일째. 월드컵을 성공리에 마쳤다며 임시공휴일이 된 오늘도 카톨릭중앙의료원 파업대오가 집결해 있는 강남성모병원 정문에는 여전히 '대화와 타협으로 조속히 타결하고 싶은 조합원 무기한 단식농성단'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들은 지난 5월23일 △의료의 공공성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산별교섭과 직권중재 철폐 및 인력확충 등을 4대 요구로 걸고 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 카톨릭중앙의료원지부의 조합원들이다. 무려 40일째에 다다른 파업투쟁, 그리고 13일째의 단식투쟁을 지속하면서 이들은 그나마 입에 대던 물조차 먹지 않기로 했다. 온 국민이 월드컵의 환호에 들뜬 한달 여를 지내고 그 여운에 잠겨있지만, 보건의료노조 장기파업투쟁사업장 8개 지부의 병원노동자들은 날이 갈수록 악랄해지는 병원측의 탄압과 직권중재를 빌미로 한 정부의 불법파업 규정에 맞서, 직권중재 철폐·노조탄압 분쇄를 위한 목숨 건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월드컵 시작 1주일 전 돌입한 파업, 그러나 한달 간의 월드컵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파업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병원이 만드는 장기파업의 행렬

애초 임단협 교섭이 시작되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산별교섭 쟁취, 의료의 공공성 강화, 인력확보와 파행근무 금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인사승진제도 개선, 사학연금제도 개선, 노동조합 강화, 산별노조 강화"를 주된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41개 지부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노동위원회에서는 이들을 즉각 직권중재에 회부했고, 5월28일 차수련 위원장을 비롯하여 간부 14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중 8개 지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단체교섭 한번 못해본 채 파업 40일을 맞고 있다. 카톨릭중앙의료원 산하 강남성모지부와 여의도성모지부는 각각 7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평조합원에게조차 소환장이 날아오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다음 예정된 수순. 6월20일이 넘어가면서 강남성모병원과 경희대병원 주위에는 공권력이 배치되더니, 급기야 500여 명에 이르는 사복 체포조와 전투경찰이 병원에 난입해 노동조합 간부와 지도부를 연행하려고 시도했다. 업무방해죄로 체포영장을 날리고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조합원에 복귀 종용, 무노동무임금 적용, 징계 협박 등 병원측의 온갖 부당노동행위가 난무하는 형편이니, 정부와 병원측이 사태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쟁점은 임단협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탄압으로 옮겨지고 있다. 정부와 병원측이 합작하여 장기파업투쟁의 행렬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직권중재를 시발로 한 병원노조 탄압

정부와 병원측은 입을 모아, 현재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호도하며 노조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 공권력개입이라는 예정된 수순을 밟으려 한다.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현저한 위해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법적으로 쟁의권을 제한하는 직권중재 조항 때문에 올해도 어김없이 정부는 병원측을 비호하며 노조탄압의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 사업장의 파업이나 쟁의행위가 있을 때마다 직권중재 조항은 항상 정부와 사측이 활용하는 좋은 무기였다. 그들은 항상 이 직권중재 제도를 악용하여,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낙인찍고 '불법필벌'의 원칙에 따라 엄정대처 하겠다고 주장해온 역사가 있다. 그 결과 사측은 노조와의 성실교섭은 내팽개친 채, 파업해결은커녕 무차별적인 노조탄압만을 자행해왔던 것이다. 지난 2월말 파업을 진행했던 철도노조와 발전노조의 경우, 집행부와 조합원에 대한 구속과 고소고발, 직위해제, 중징계요구, 조합비 전액 가압류 등 정부나 사측이 사상초유의 징계방침을 밀어붙이는 것도 '직권중재 이후 불법파업'이라는 논리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장단이나 맞추듯, 카톨릭중앙의료원지부를 비롯한 경희의료원, 부천성가병원, 제주한라병원, 목포카톨릭병원, 인천사랑병원까지 병원측은 모두 하나같이 '노동조합을 손보겠다'며 교섭 자체는 아예 관심도 없고 '불법파업이므로 법대로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무리한 것을 요구했습니까?"
"병원이라서 노동이 편한 것은 아니다…산재에 적용되지 않아서 병원에서 옮아가는 병에 대해 말할 수 없고, 고용보험에 들어있지 않아서 출산휴가비를 못 받아도, 퇴직금이 없어서 남들같이 일하고도 퇴직금 못 받아도 우리는 이런 억울함들을 말할 수 없다…."
" '사학연금 제도개선과 공정한 인사제도'는 무시한 채 '무노동무임금과 간부징계'를 주장하다니 어찌 카톨릭 중앙의료원이라는 데 있는 신부의 발상이란 말인가…."
"강남성모지부에서는, 어린이집 원아들 손에 업무협조전이라는 한 장의 종이가 날라들었다. 거기에는 '6월30일까지 보육료를 납부하지 않는 원아는 퇴소를 원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니 이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의 밑에 병원장도 아닌 노사협력팀장의 사인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8개의 파업사업장 중 5개 병원(성모병원, 강남성모병원, 의정부 성모병원, 부천성가병원, 목포카톨릭병원)이 카톨릭병원. 이는 카톨릭의 일부 병원경영자인 신부, 수녀들이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지속해오면서 "노조가 모여있으면 교섭하지 않겠다"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겠다"는 등 불성실한 교섭행태를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이 마치 수도/성직자 혹은 종교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면서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장기파업을 유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파업기간에 임시대체근로를 채용하는 등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경희의료원, 한라병원도 마찬가지로 노조에 끊임없이 굴복을 강요하며 불성실교섭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카톨릭중앙의료원 3개지부 조합원들이 고공단식농성을 진행하면서 요구하는 것은 오직 하나. "신부님! 대화에 임하십시오." 교섭에조차 나서지 않는 병원측을 끌어내기 위해, 조합원들이 목숨을 내놓고 단식할 지경이니, 노조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지난한 투쟁과 탄압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직권중재와 노조탄압을 뚫고…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8개 사업장뿐만 아니라, 울산병원, 충북 제천정신병원, 진주 늘빛정신병원 등에서도 투쟁은 계속된다. 울산병원에서는 조합간부 4명에 체포영장이, 2명에게 소환장이 발부됐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임금체불 해결, 구속동지 석방, 식당외주 전면철회'였고, 제천정신병원은 '부당인사 철회, 근로조건 개선, 부당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미 5월2일부터 59일째, 사회복지법인 사유화 저지 천막농성에 돌입한 진주 늘빛정신병원은 '임금체불 해결, 단협, 근기법 준수' 등을 요구사항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백의의 천사란 이미지 뒤에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병원측의 경영위기론에 묶인 채 구조조정에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병원노동자들이 있다.
예년의 병원파업은 대규모병원 중심으로 교섭이 타결되고, 중소병원 중심의 장기투쟁으로 흘러가는 양상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다르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가릴 것 없이, 직권중재를 시발로 해서 시작된 각 병원의 파상공세, 조합원의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까지 동원해 노조를 말살하려는 그들의 책동은 더 이상 노동조합을 두고볼 수 없다는 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의료시장 개방,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을 앞두고, 병원자본측은 나름의 전략에 고심할 것이며 한 축으로 노동조합 와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장기화는 그 전초전이다. 향후 의료자본의 이윤추구적 행태를 저지하고 노동자-민중 중심의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주체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이번 싸움에서 분명히 민주노조 사수, 노동조합 인정의 성과를 얻어내고 구조조정 저지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연대투쟁을 제안할 때,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은 더욱더 확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파업장기화의 주범인 직권중재 철폐와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연대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병원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알려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사회화하며 의료의 공공성 강화 투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 개별적인 병원사업장의 요구는 그 단위사업장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이윤중심적 의료시장 재편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며, 단위 노동조합 탄압의 문제는 전체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길들이기의 시작일 뿐이다.


5월23일 파업돌입 이후 투쟁경과

▶경희의료원(파업 40일째)
8명 체포영장 발부, 6명 소환장 발부, 적극가담자 270명 분류, 이들에 대한 징계협박. 임금공제통지서 발송, 업무복귀명령서 발송, 개별면담을 통한 복귀종용, 손해배상청구 준비.
▶가톨릭중앙의료원[의정부, 여의도, 강남성모병원](파업 40일째)
6명 체포영장 발부, 30명 소환장 발부(강남성모 15명, 여의도성모 12명, 의정부성모 3명), 151명 징계위원회(강남성모 71명, 여의도성모 74명, 의정부성모 6명) 회부. 업무복귀 명령서, 손해배상청구, 재산가압류 협박, 징계 및 무노동무임금 적용 방침.
▶부천성가병원(5월 29일 파업돌입, 34일째)
고소고발 22명(업무방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21명 징계회부, 대체인력 투입. 40명에 대해 10억원 손해배상청구, 업무복귀명령, 재산가압류, 무노동무임금 적용방침.
▶제주한라병원(5월 29일 파업돌입, 34일째)
연봉계약직 10명 계약해지, 45명 고소고발(업무방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의료법 위반), 무노동무임금 적용, 대체인력 투입.
▶목포카톨릭병원(5월 30일 파업돌입, 파업 33일째)
간부 및 파업조합원에 대한 1-2차 대량징계. 부서통폐합.
▶인천사랑병원(6월 12일 파업돌입, 20일째)
파업참가조합원 징계, 무노동무임금 적용 방침, 민형사상 문책 등

5월 23일 41개지부 파업돌입
5월 31일 "직권중재 철폐, 노동탄압 분쇄 보건의료노조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
6월 6일 종교, 시민사회단체등 "직권중재제도 철폐와 병원파업사태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1,374명 기자회견
6월 7일 서울지역본부 산하 타결지부 지부장(고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이화의료원, 보훈병원, 상계백병원, 서울아산병원 지부장 등 6명)들이 단식농성 돌입
6월 11일 현정희 부위원장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 돌입
6월 17일 <직권중재 철폐, 노동탄압 분쇄 보건의료노조 실천단>발족, 순회투쟁 돌입
6월 18일 보건의료노조 임시대의원대회, 장기파업투쟁사업장 생계비 지원 등 6월 총력투쟁계획 조직화 결정. 현정희 부위원장과 사울지역본부 타결지부 지부장들의 단식농성 마무리.
6월 19일 카톨릭중앙의료원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3개지부 조합원 농성단 구성, 고공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6월 24일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제도의 문제점과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 개최
경희의료원 500여명의 공권력 투입, 파업지도부 체포 시도.
강남성모병원 450여명의 공권력 투입, 수배 간부 연행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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