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의정부 미군 부대 앞에서 여중학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한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실종됐다. 미군도, 정부도, 정치인도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이들을 대신해 나섰다. 대책위는 미군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조사, 형사재판권 이양 등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이런 행동이 전개될 때마다 언제부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래가 있다. 대학 3학년이던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인생이 뒤바뀐 윤민석씨가 작곡한 'Fucking USA', '똘아이 부시' 등이 바로 그 것.
이 노래들은 최근 급격히 높아진 반미 열풍을 대중적인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시킨 대표적인 문화적 표현양식으로 평가된다. 이런 노래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높아진 반미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의 반미감정은 부시정권의 일방적 패권주의와 오만함,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오노 사건'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상징적 대표성을 갖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뿐이다.
반미감정의 진짜 뿌리는, 멀게는 미군정에 의해 실패로 돌아간 친일잔재 청산, 노근리 등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에서부터, 가깝게는 윤금이씨 성폭력 살해, 한강 독극물 방류, 용산미군 기지 반환 요구에 대한 미군 측의 무성의한 태도, 엊그제 일어난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까지... 심지어 최근 발생한 서해교전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유엔군의 일방적 NLL 선포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등장한 반미열풍은 자연스레 반미를 소재로 하는 문화적 행위들로 연결됐다. 앞서 소개한 노래들을 비롯, Fucking USA 페스티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조기가 그려진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던 모습은 차츰 사라져 가고 있다. 미국을 반대하는 문화의 집단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2002 월드컵 미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안정환 선수가 오노 액션을 소재로 한 골 세리모니를 펼치자 온 국민이 열광적 환호로 화답한 것이 그 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미문화는 그 원인이 되는 현상들이 제거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오히려 약화되기는커녕 강화된 형태로 대중화되는 추세를 밟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 이 견해는 한 마디로 '미국의 힘을 앞세운 오만한 패권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반미문화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으로 요약된다.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일개 국가에 반대하려는 목적으로 표현되는 문화적 행위들에 의해 생산된 특수한 문화적 효과'로 볼 수 있는 '반미문화'가 흥미로운 문화적 효과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만 재미거리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미국'이 매투 특수한 역할과 위상을 차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컨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한반도에서 관철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배경을 제거하는 것이 '반미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반전과 평화, 통일을 바라는 이들의 염원이 더 간절해 보이는 건 아닐지.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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