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전국축협노동조합 정책기획부장)
6월24일 18시 연세대 노천극장 입구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동지들끼리 악수를 하고 반가워 포옹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몇 십 년 만에 만나는 이산가족의 그 모습보다도 더 가슴 벅 차게 만나고 있는 동지들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웃음까지(?) 나올 정도였다. 왜, 거점 파업 투쟁의 현장이 이렇게 가슴 벅찬 것일까?
전국축협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이 이렇게 가슴 벅차게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는 바로 아래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전국축협노동조합만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조건을 극복하고 전개하는 파업 투쟁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소외당한 농민들이 조금씩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 그리고 협동조합의 경영인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협동조합의 1년 계획을 세우고 결산을 하는 협동조합 사업. 이 모든 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손에 의해 진행되고 교섭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조합장들이 바로 농민의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된 농민이 대표라는 점 등, 경영의 참여에서부터 교섭 상대까지 일반 공ㆍ사기업과는 분명하게 다른 점이 바로 협동조합 노동자들에게는 파업 투쟁이라는 전면적 투쟁으로까지 나서게 하기에는 많은 벽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축협노동조합은 파업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전국축협노동조합은 현재 전국의 89개 지부 중 82개 지부를 묶어 축협 조합장들과 02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 단체교섭을 지난 01년 12월부터 진행해왔다. 각 사업장별로 상이한 임금과 단체협약의 차별성을 이번 교섭 투쟁을 통해 극복하고자 단일 호봉표를 요구하고 전체 112개 단체협약을 일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단일 요구는 축협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단일한 노동자이며 단일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임을 분명히 하고, 각각 사업장의 차이로부터 발생되는 임금과 단협의 차이를 극복하고 축협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인간적 생계비와 살아 숨쉬는 노동자로서의 노조 활동을 보장받고자 통일 교섭 요구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1개 지부라도 미 타결이면 전체가 미 타결이다" 라는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전개되고 있는 전국축협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은, 축협이라는 사업장의 특성상 은행업무를 보는 신용사업과 대 농민 봉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경제사업 등 축산업협동조합의 모든 사업을 중단하는 성격을 가진 파업투쟁이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진행되는 전국축협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에서 가장 걸림돌은 사용자측의 온갖 탄압이나 자본과 정권의 탄압보다도 축협 노동자들 내부의 이데올로기로부터 파생되고 있다.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에서, 우리가 실질적 경영의 주체인데 우리가 파업 투쟁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파업 파괴 이데올로기는 전국축협노동조합의 역사 속에서 계속적으로 파업 투쟁을 파괴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국축협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은 이러한 파업 투쟁을 파괴하는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6월24일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에 파업 투쟁이 그만큼 가슴 벅차게 다가서는 것이며, 파업 투쟁의 깃발이 다른 어떤 사업장 동지들의 그것보다 가슴 벅차게 다가서는 듯하다.
두 번째로는 자본과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공세로부터의 파업 파괴 공작을 뚫고 진행되는 파업투쟁이기 때문이다.
자본과 정권은 농민의 자주적 조직인 협동조합을 경영의 논리와 경쟁력의 논리를 적용시키고자 지난 2000년 7월1일 농협중앙회, 축협중앙회, 인삼협 중앙회 등 3개 협동조합 중앙회를 하나의 중앙회로 통합했다. 이렇게 출범한 통합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위한 지역과 업종 협동조합의 이해와 요구를 가지고 대정부 투쟁 등을 전개하는 협동조합 중앙회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자본과 정권을 대신하여 농민의 자주적 조직인 지역과 업종 조합을 관리하는 협동조합 관리 조직 체계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농협중앙회를 앞세운 자본과 정권은 지난 02년 4월 기금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01년 각 조합의 결산을 근거로 구조개선 대상 조합을 선정하고 소위 적기시정 조치(그 구체적 내용은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및 사업장 폐쇄 등이다)를 수행하는 지역과 업종 조합은 자금 지원을 통해 살려내고, 그러하지 못하는 조합(예를 들면 적기시정조치를 수행하지 못하는 조합)은 02년 내로 합병과 폐쇄 등을 통해 강제 퇴출시키겠다는 협동조합 구조조정안을 발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협동조합 구조조정은 전국축협노동조합 그간 전개해온 투쟁의 과정 속에서 전체적 시기가 늦추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02년 결산을 근거로 구조조정 사업장을 선정하거나 아니면 이번 02년 결산을 통해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에서 제외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이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제출되면서 전국의 축협 노동자들에게는 우리 조합이 살아남으려면 파업이 아니라 02년 건전 결산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내부 논리를 극복하고 파업 투쟁의 깃발을 움켜쥐었기 때문에 더욱더 우리들의 파업 투쟁은 가슴 벅찬 것이다.
전국축협노동조합은 6월24일 파업 투쟁을 조직하기에 앞서 지난 5월28일부터 진행된 2박3일간 각 지부별로 3명씩 서울 상경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전체 사업장 조합원 40%가 함께 하기로 한 6월5일 결의대회, 6월11일부터 진행된 1박2일 경고 파업, 그리고 3박4일간 전국 지부장단 단식 투쟁 및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중앙 노숙 농성 투쟁 등을 통해 현장 조직력을 추스려 왔다.
이러한 현장 동력 조직화 과정과 파업 파괴 논리 극복 등을 통해 사수된 전국축협노동조합의 6월24일 총파업 투쟁은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국축협노동조합 89개 지부 중 총파업 투쟁 미 참여 지부 31개 조직에 대한 '지부폐쇄'라는 가슴 아픈 살 도려내기 작업을 해야 했다. 지금은 6월27일 13시를 기해 전국 산개투쟁으로 전환되고 7월2일 재집결 투쟁이라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 동지로부터 파업 투쟁 지침이 나온 상태이다.
아직 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나 축협 노동자들의, 아니 남한 사회에서 "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 사수"라는 거대한 투쟁의 흐름이 전국축협노동조합의 동지들의 영웅적 투쟁 속에서 하나 둘씩 만들어지고 있다.
처절한 이데올로기 투쟁과 함께 내부 조직력의 혁신을 통해 노동자 계급의 비타협적 투쟁의 원칙을 사수해 가는 전국축협노동조합 동지들에게 노동자 계급의 이름으로 투쟁의 박수를 보낸다.
02년 투쟁을 통해 전국축협노동조합이 얻어야 할 것은 바로 노동자 계급의 이름으로 단말기를 끊고 공장을 세우는 파업 투쟁의 전사라는 이름임을 분명히 하면서 전국의 동지들의 지속적이고도 뜨거운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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