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보장투쟁, 발산역 참사 대응투쟁의 의미

이번 발산역 참사 대응투쟁은 장애인으로 현상하는 개인의 삶의 조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인하고,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복지 또는 사회정책을 요구하는 투쟁주체와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본과 부르주아 국가권력간 계급 투쟁의 한 모습

지난 5월19일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고정형 리프트)를 사용하던 노령의 중증 장애인 한 명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사고소식을 접한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이동권연대)는 발산역 현장조사와 발산역장 면담을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동안 30여 차례나 리프트가 고장났던 기록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발산역장이 도주하는 헤프닝도 발생하였다. 이후 이동권 연대는 이 참사에 대응하여 도시철도공사 항의방문과 월드컵 경기장 진격투쟁 등을 진행하였고 지난 7월1일에는 광화문 역에서 이 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유족에 대한 보상, 그리고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된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시작하려다 전경과 공익요원의 침탈에 의해 천막이 부서지고 참가자 전원이 연행되기도 하였다. 연행 이후 7월2일 월드컵 국민축제가 끝나는 시간인 오후 9:00경 유치장에서 풀려난 연행자들은 다시 광화문 역으로 집결하여 1인 시위를 진행하였으며, 이후 광화문 역과 동대문운동장 역을 비롯한 주요 거점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언제나 이동권 연대의 투쟁이 치열하긴 하였지만 이번 투쟁은 이동권 연대뿐만 아니라 투쟁을 저지하려는 국가권력도 정말 치열하다. 경찰은 특수기동대까지 동원해서 진압에 나서고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역에 근무하는 모든 공익요원들을 총동원해서 진압에 나서는가 하면 박경석 대표가 이동하는 과정을 아예 따라다니면서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 이렇게 발산역 대응투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이 투쟁이 가지는 다음과 같은 의미 때문이다.

첫째, 개인의 삶의 조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확인
발산역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의 일관된 입장은 "리프트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었고, 이용하던 장애인이 자신이 타고 있던 전동스쿠터를 잘못 조작하여 발생한 사고이므로 개인의 책임이다" 라는 것이다. 사실 사고 직후 발산역 측은 현장을 완전히 청소해 버렸기 때문에 사고 당시의 정황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 주장처럼 피해자 개인의 실수가 있었다 해도 이미 수 차례에 걸친 추락사고로 인해 그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었던 리프트를 그대로 방치해둔 그 법 자체도 문제이며, 이는 다시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 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결코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의 입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즉 발산역 대응투쟁은 장애인으로 현상된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개인의 능력 유무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보장되고, 책임 지워져야 할 문제임을 확인하는 투쟁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 투쟁은 개인의 삶의 조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인하려는 투쟁주체와 이를 부인하고자 하는 자본과 부르주아 정권간의 싸움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둘째. 필요에 따른 복지 - 민중복지의 한 테마
현재 각 지하철역에 설치된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함으로서 이동권을 보장받고, 이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필요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수 차례에 걸친 추락사고는 이 시설물의 안전성이 빵점임을 증명하고 있고, 리프트 속도가 너무 느려서 환승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최소 20분에서 30분이 소요되는 데다 이 시설물을 이용할 때는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주변의 시선까지 감수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모습은 현재의 부르주아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 정책을 포함한 '복지일반'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즉 당사자가 봉착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국가 권력이 체제의 유지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제공되는 구색 맞추기 식의 복지정책의 한 사례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발산역 대응 투쟁은 이러한 자본과 국가권력의 필요에 따라 제공되는 복지정책에 맞서 노동자·민중의 필요에 따른 복지를 쟁취해 나가는 한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이번 발산역 참사 대응투쟁은 장애인으로 현상하는 개인의 삶의 조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인하고,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복지 또는 사회정책을 요구하는 투쟁주체와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본과 부르주아 국가권력간 계급 투쟁의 한 모습이며, 자본과 부르주아 국가권력의 책임회피 경향이 강할수록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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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농성 , 7월 , 1일 , 시도된 , 농성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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