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4일, 공무원노조 정용천 비대위원장에 대한 1차 공판에서는 두터운 문서 한 뭉치가 판사에게 제출됐다. '선처'를 요청하는 재정경제부 등 9개 정부부처 공무원 1천8백83명의 탄원서였다. 그 안에는 산업자원부 공무원 4백25명의 서명도 포함돼있다.
탄원서는 '정 위원장이 공무원 노동기본권의 기치를 내걸고 일어서기까지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대다수 공무원들의 염원을 외면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원서는 또 '위원장의 행동은 낙후된 공직사회를 혁신하기 위한 자주·민주적인 개혁활동'이라고 밝혔다. '성실하게 일해온 공무원에 대해 진보적 신념과 행동을 이유로 조급하게 공직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1천8백여명에 이르는 탄원인 숫자도 그랬지만, 정당한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인상깊었다. 하지만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은 비단 정 위원장뿐만이 아니다.
이번 탄원에 산자부 전체직원의 60%가 참여했다는 점은 눈여결 볼 대목이다. 산자부는 발전회사·노동부와 함께 발전노조 탄압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발전노조원에 대한 대량해고와 징계, 고소고발·가압류 등의 탄압을 발전회사 단독으로 해치웠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기업 특성상 정부 주무부처와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와 마찬가지로, 발전노조 파업에도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노조와 시민단체, 국제사회가 요구한 '사유화 철회'에 대해 논의조차 거부했기 때문이다. 발전파업 역시 '기간산업 사수를 위한 자주·민주적 개혁활동'이었다.
3백여명에 이르는 대량해고와 조합원 4천여명에 대한 임금가압류 등도 '진보적 신념과 행동을 이유로' 가해졌으며, 너무 '가혹'한 것도 마찬가지다. 임금노동자에게 가압류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탄원에 참여한 한 산자부직협 회원은 "발전노조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가 나서긴 어려운 문제"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산자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해 파업을 벌인 발전노조를 감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산자부 공무원들이 '정부 시책에 반하며' 탄원에 선뜻 서명을 한 이유는 '동지애'였으며, 불합리하고 가혹한 처분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저항이라고 믿는다. 이 저항과 동지애가 더욱 확산돼 '소속 기관의 시책에 반하며'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에 대한 탄원과 가압류 등 가혹한 처분에 대한 항의로 이어지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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