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간간이 비가 내리는 흐린 오후, 교보빌딩 정문 앞에서 5차 도시탐사는 시작되었다. 전날 이곳 광화문거리에서 월드컵 스페인전에서의 승리를 기뻐하면서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과 함께 축제의 밤을 즐겼었던 열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지라 깔끔히 치워진 광화문 거리가 어찌나 낯설기만 하던지... 어제의 축제의 광장 이였던 광화문거리를 떠올리며 일행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교보빌딩 옆으로 쭉 뻗어있는 종로와는 대조적으로 한 블록 뒤로 난 낮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피맛골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종로가 관리들의 행차나 국가적인 행사가 열렸던 군주제를 상징하는 거리였다면, 이 피맛골 길은 서민들이 이러한 대로를 피해서 통행했던 서민들의 길이였다고 한다. 현재의 종로에는 대형 빌딩들이 늘어서 있고 많은 차량들이 밀집하여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작은 가게와 식당, 여관들이 우리가 걷고 있는 피맛골 길을 따라 늘어서 있어, 옛날 권력에서 밀려났던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거리에서 현대의 거대 경제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상권의 거리로 변해있었다. 이 길을 따라 가다가 해장국집들이 밀집해있는 곳으로 유명한 청진동 거리를 지나 지하철 종각 역에 도착한다. 옛 화신백화점이 있던 곳에 들어선 국세청 빌딩은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 비뇰리가 설계하고 건축주인 국내 대기업인 삼성건설이 지어서 국세청이 사용중이라 한다. 종로라는 거리의 역사나 현재 거리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국제적인 인지도를 갖은 한 외국건축가가 폐허를 컨셉으로 디자인하였다는 이 빌딩을 바라보면서 폐허가 아닌 아이러니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3개의 거대한 기둥이 받들고 있는 빌딩을 지나 다시 계속되어지는 좁은 피맛골로 발길을 옮겨 인사동길에 도착하였다. 불과 2년 사이 인사동길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전돌 바닥이 만들어지고 작은 갤러리가 사라지면서 세련된 카페로 탈바꿈하고 있다. 옛 고서화가 걸린 허름한 가게와 작은 갤러리들을 느릿느릿 둘러보던 여유가 이제는 여기서 누릴 수 없는 사치로 느껴지지만, 그래도 건물들 사이에 들어선 작은 공원에서 인파들 사이를 벗어나 한숨 돌릴 곳을 발견하고 반갑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이 닳아가고 지가가 올라가는 상황 속에서 인사동길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적응해야 할까?
점점 세련 되어가는 인사동길을 지나 탑골공원에 이른다. 2001년 성지화 사업이후 이곳의 노인들은 종묘앞 공원으로 옮겨가고 원각사지 10층석탑, 3.1운동 기념탑, 손병희 동상, 한용운 기념비들로 깨끗이 정돈된 공원에 서서 담밖에 복잡한 종로와는 분리된 세계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이 공원이 성지화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하다. 감히 길 가던 사람이 들러서 편안히 쉬기에는 좀 불편한 탑골공원!!!
탑골공원 돌담 옆을 따라 돌아가다 종로의 유일한 산업활동이 있다는 귀금속가게들이 들어선 거리를 지나 서순라길과 동순라길이 만나는 종묘 옆 돌담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서 또 한 번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의 담밖으로 난 길에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 주차장들이 늘어서 있는 우리의 도시환경이 너무도 안타깝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종로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뿌듯하기도 하지만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걱정 또한 교차되었다. 경제중심의 시대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소중한 도시의 기억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주말 오후를 뿌듯하게 보냈다는 나름의 기쁨과 힘없이 밀려나 사라져버려야하는 것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워진 거대 자본의 상징들을 보며 느껴지는 착잡함 또한 교차되는 하루였다.
앞으로 이 거리는 어떻게 변해갈까? 아니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 속에서 건축하는 사람인 나는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정수은 (시민도시탐사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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