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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0%가 결손가정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86명이다.
그 가운데 10명이 편부 또는 편모 또는 할머니의 손에 자라고 있다. 10명이라면 전교생의 10%를 상회하는 숫자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그 아이들 가운데 편모슬하에 있는 아이는 딱 한 명, 모두 편부이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 아이들의 어머니가 시골에서 견디지 못하여 도시로 떠나버린 까닭이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정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 갈수록 격차가 커지는 도시와 농촌 간의 문화·빈부의 차이. 결핍된 정과 결핍된 문화와 결핍된 부를 아이들은 온몸
으로 받아내며 자라야 한다. 농촌의 이러한 피폐한 현실을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도록 일을 하는 어린이날
우리 반 병조는 어린이날 일기에 이렇게 썼다.
“고춧대를 꼽았다. 땀이 삐질삐질 난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어린이 날인데 일만 하고, 미치겠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맨날 이런 일을 하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너무 힘들어서 밤에 텔레비전도 못보고 잤다.”
으레껏 그럴듯한 선물을 받고 온갖 호사를 부려놓은 놀이 공원으로 놀러가야 당연한 것이 요즘 도시 어린이들의 어린이날이다. 그러나 시골은 어린이날이라고 뭐 특별한 대접을 받을 현실이 못된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그만이기 때문에 옛말처럼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할 판에 호사스런 어린이날은 애시당초 글러 있다. 아이들의 상당수가 그렇다. 아이들도 노동력이며 가정의 한 일손으로서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그런 모습이다.
아이들도 그런 현실을 병조의 일기에서 보이듯이 “엄마 아빠는 맨날 힘드니 조금 미안하다”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만 텔레비젼을 통해서 보는 도시의 삐까번쩍한 어린이날이 가슴아플 뿐이다.
예의, 염치, 봉사를 아는 아이들
서울에만 있다가 이곳 시골학교에 와서 아이들과의 생활은 참 행복하다.
우선 아이들이 덜 때묻은 모습으로 맑고 착하다. 선생님에 대한 깍듯한 예의가 있고, 그러면서도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친해지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놀란 것은 청소 같은 봉사에 대한 책임감이다. 우리 반은 6학년으로서 꽤 많은 청소구역을 갖고 있다.
교무실, 교장실, 컴퓨터실, 1,2층 화장실 4개, 유치원교실, 특수반 교실, 1학년교실, 거기다 우리 반 교실, 복도, 계단. 이 많은 곳을 22명 아이들이 모두 해야 한다.
그래서 각 청소구역마다 1-2명씩을 배정할 수밖에 없는데, 한 학기가 다 되어 가는 지금 불평한마디 없이 아이들은 해 내고 있다. 오히려 교실이 조금 지저분하면 ‘대청소‘를 하자고 노래를 부른다. 대청소를 할 때 어느 한 아이도 딴전을 피우지 않는다.
휘파람을 불며 구석구석 먼지 끼는 곳을 찾아 닦아내며 즐거워한다. 마치 이런 정도의 노동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전교부회장이 된 예진이는 어느 날, 아이들을 모으더니 ‘라파엘 장애우의 집’을 다녀온다고 했다. 저희들끼리 몇 푼 모아 선물도 사 갖고 갈 계획이라고 한다. 가서는 주로 장애 친구들과 놀아 주거나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온단다.
선생인 나도 시킨 적이 없으며 누가 그런 봉사를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다. 저희들 스스로 정보를 찾아 그렇게 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슴에 울컥 감동의 물결이 지나갔다.
학원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어려운 아이들
옛날엔 10리 이 십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지금 아이들의 부모들은 다 그랬다. 우리 학교의 학구도 20리 밖까지 뻗어 있다. 그런 마을의 아이들은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다니는 버스를 타고 오거나 부모들이 데려다 주거나 학원차를 타고 다닌다.
왜 아이들은 옛날처럼 걸어서 다닐 수 없는가? 길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길은 대부분 찻길로 포장이 되어 있고 아이들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한 오솔길은 없는 까닭이다. 때문에 아이들의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교문 앞에 학원차가 죽 늘어선다. 등하교 길 때문에 아이들은 가기 싫은 학원을 다녀야 할 판이다.
그 학원차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아이들은 수업이 끝날 때가 되면 바빠진다. 빨리 끝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조금 늦게 끝나면 학원차는 가버린다. 그러면 학원차를 놓친 아이는 한시간, 길게는 시간 반은 좋게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스쿨버스가 있다면 아이들의 조급한 마음도 많이 누그러뜨릴 수 있겠지만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참으로 다행, 공교육이기 때문에
공책 한 권, 연필 한 개라도 살려면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면소재지로 나가거나 이천시로 나가야 한다. 가게라곤 학교에서 500미터 거리에 있는 수퍼 하나가 전부이다. 당연히 문방구는 없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갖고 오라고 할 수가 없다. 교사가 학기초에 또는 수시로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수업을 한다. 색종이, 물감, 가위, 풀…공책과 연필을 제외한 모든 학습자료를 학교에서 구입해 준다.
학교에 배정되는 예산으로 아이들의 학습준비물을 사기에는 넉넉한 까닭이다. 이는 도시의 다인수 다수 학급에 비해 좋은 점이 된다.
학교 예산이 학생수와 학급수에 비례하여 배정되지만 시골의 소규모 학교는 적은 학급수. 학급당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현재의 예산으로도 계획만 잘 세우면 학습준비물 조달이 가능하다.
이것은 바로 현재의 우리 나라 교육체제가 공교육체제 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앞길은 어둡다. 지금 공교육의 근간을 깨트리려는 수많은 음모들이 기획 또는 추진 또는 시행되고 있는 까닭이다. 자립형 사립고의 설치, 고교평준화의 해체 등이 그 대표적이다.
고등학교에서 공교육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곧 중학교, 초등학교로 파급된다. 자립형 사립중학교. 자립형 사립초등학교의 설치는 불을 보듯 뻔한 현실이 될 것이며, 공교육의 예산은 턱없이 줄어든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시골의 작은 학교 아이들의 색종이와 물감은 누가 사 줄 것인가? 가슴이 답답해진다.
더구나 요즈음, 교원의 지방직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곧 교육의 지방화를 부른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 교육에서의 기회균등을 원천 봉쇄하려는 악마의 시도는 그칠 줄을 모른다. 평등의 길은 어찌 이리도 멀고 가시밭길의 연속인지.
창 밖을 보니 하늘이 우중충하다. 비가 쏟아지려나 보다.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논둑 길에서 춤을 추듯 흔들리며 달린다. 그 아이들을 따라 먹장구름이 내려 깔리고 있다.
장주식 객원기자/경기 문장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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