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세계의 눈은 축구공에만 쏠린 것이 아니다"

세계노동자 6.27 공동행동

▲ 27일 서울 종묘에서 열린 '세계노동자 6.27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에서는 한국의 노동탄압을 상징하는 '모형감옥'이 설치돼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지안 mulu@kdlpnews.org
‘대~한민국’의 노동탄압은 국경을 넘어선 연대를 불러왔다. 월드컵으로 세계인의 눈과 귀가 우리나라에 집중된 6월 27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일제히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한민국’ 또한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묘 앞에서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 조합원 등 6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속수배노동자 석방과 공무원 노조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름하여 ‘세계노동자 6.27 국제공동행동의 날’. 세계 최대 노동조직인 국제자유노련(ICFTU)은 이날을 ‘한국 노동자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국제금속노련(IMF), 국제공공노련(PSI)과 함께 전 세계 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세계가 한국의 노동인권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상징하는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월그컵은 4강, 노동인권은 꼴찌

국제 공동행동에 나선 세계 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에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노동자 석방 △공무원노조 인정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긴, 일주일에 세명씩 노동자 7백76명을 구속한 ‘노벨상’ 대통령이 과연 어느 나라에 있을까. 총연맹의 위원장을 세 번씩이나 구속·수감한 정권, 발전소 매각 반대 파업을 이유로 3백48명을 해고한 정권, 노동쟁의를 했다고 월급의 절반을 빼앗는 정권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월드컵 4강 경기가 열리기 직전 병원파업 현장에 때아닌 경찰력을 투입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7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모인 1천여명의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세계 앞에 부끄럽다”며 “노동자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노동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집회는 오후 3시 박석운 공무원교수 공대위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백순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20여명의 노조지도부가 연단에 올라섰고 곧이어 민중의례가 거행됐다. 연단 바로 앞에 설치된 ‘모형감옥’에는 수의를 입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구속’된 상태로 집회에 참석해 사진기자들의 잇단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오봉섭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정부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면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민중의 노동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부정부패가 없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 노조가 앞장설 것”이라면서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제 공동행동의 날을 맞아 한국 노동조합운동에 가해지고 있는 탄압을 전세계에 알리는 국제자유노련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이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가 낭독됐다.

가이 라이더 총장은 “세계 모든 사람의 눈이 축구공에만 쏠린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의 노동탄압에도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국제자유노련도 벨기에 현지 노조들과 함께 브뤼셀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국제항의사절단을 보내 전 세계적인 항의 행동에 함께 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금속노련(IMF)과 국제공공노련(PSI)도 제네바에 있는 유럽 유엔본부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국경 넘은 연대의 물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도 “결집된 국민의 의지를 모아 월드컵으로 국위를 세웠다고 해도 유엔은 공무원들을 아직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로 보지 않는다”면서 “지금 모든 노동자들에게 파업권을 인정하고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모형감옥’을 앞세우고 종묘를 출발해 종로3가, 청계3가를 거쳐 을지로2가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모형감옥 불허에 따른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됐지만 우려하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민주노총은 6.27 세계공동행동의 날 행사와 관련, 26일 저녁 7시30분부터 명동성당에서 ‘구속노동자 연대의 밤‘ 전야제 행사를 가진 데 이어 2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백순환 비대위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 세계 노동자들의 분노를 묵살하고 노동탄압을 계속한다면 7월 둘째주부터 전체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농성, 집회, 시위는 물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대정부 결사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 94호] 7.1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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